[사설] "너희들은 무엇에 저항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학생 꾸짖은 맨큐같은 교수 한국엔 없나…모두가 대학생에 아부만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학생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고 한다. 월가 점령 시위가 한창이던 한 달 전 그의 강의가 탐욕스런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강의실을 집단 퇴장한 학생들에 대해서다. 맨큐 교수는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에 저항하고 있는지부터 잘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시위대들이 털어놓고 있는 불만은 냉철한 분석과 정책적 대안도 없는 고리타분한 반체제 주장의 ‘짬뽕(grab bag)’에 불과하다고까지 힐난했다.

맨큐 교수의 강의 시간에 집단 퇴장한 학생은 10% 미만이다.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이 700명 정도라니 몇 안되는 숫자일 수도 있다. 게다가 강의실을 떠나는 이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고, 이전에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위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강의실을 찾아와 자리를 메웠다고 한다. 맨큐 교수가 그래도 이들을 꾸짖고 타이르는 것은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왜곡된 판단으로 강의실을 떠났다는 점에서다. 맨큐 교수의 이 같은 행동은 지금 한국 대학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 의미 없는 시위 현장에 나간다고 이들을 꾸짖어 강의실로 불러들이는 교수 얘기는 들어본 지 오래다. 반값 등록금이 미래세대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라는 점을 교수들이 제대로 가르쳤다면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괴담과 선동이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도 대학 강의실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을 부추기고 이들에 아부하는 세태가 팽배해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콘서트니 멘토니 하는 유행도 대학생들에게 아부하거나 ‘너희들이 말이 맞다’는 식으로 헛된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맨큐 교수는 강의실로 돌아온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경제학자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년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주려는 교수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