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건설사 '대주단협약 연내 종료' 비상

금융사 일시에 채무상환 압박 우려
금감원-은행연합회, 재연장 검토
대림산업 계열사인 고려개발이 지난달 30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자 주거래은행인 농협에 비상이 걸렸다.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결정이어서다.

농협 관계자는 “급하게 워크아웃을 신청한 배경을 알아보니 대주단협약이 문제였다”며 “협약이 종료되면 2금융권 등에서 일시에 채무상환 요구가 들어올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개발에 대한 대주단협약은 이달 1일 종료됐다.대주단협약 패스트트랙(중소기업 신속지원제도) 등 기업 자금지원제도의 종료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대주단협약과 패스트트랙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됐다가 작년 말 종료 직전 1년 연장됐다.

◆“자금지원제 일몰”…기업 초비상

기업 지원제도 종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건설사 조선업체 해운업체 등이다.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한꺼번에 채권 회수에 나설 수 있어서다.대주단협약을 적용받고 있는 K건설의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대주단협약까지 없어지면 상당수 금융사가 채무상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K건설과 같이 미분양 물량을 많이 갖고 있는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특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대주단협약과 패스트트랙은 기업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된 제도다. 특히 대주단협약은 상호저축은행 캐피털 등 2금융권을 포괄하는 제도여서 이대로 일몰되면 채권단 간 자금지원 협의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년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는 조선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검토한 결과 대주단협약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선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차라리 워크아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주단협약과 패스트트랙이 연내 종료돼도 종전에 이 제도를 적용받던 기업은 당초 약정된 기간까지 계속 지원받을 수 있지만 최장 1년 기한이다.

◆당국·은행연합회 “재연장 추진”

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자 금융감독원과 전국은행연합회는 대주단협약 및 패스트트랙을 재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계속 부실화하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며 “두 제도의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은행권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측도 “당국과 은행들이 제도 연장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작년엔 12월30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연장안을 통과시켰는데 올해는 조금 서두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두 제도가 연장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심사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패스트트랙에 대한 보증비율을 현행 40% 선보다 더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대주단협약대주단협약은 건설업종을 대상으로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거나 채권회수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심사를 통해 가입이 승인되면 1년간 채무유예는 물론 신규 차입도 가능하다. 다만 회사채 등급이 ‘BBB-’ 이하이면 지원대상에서 배제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