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진짜 사랑했던 여인은 故 김영애"

자서전서 러브스토리 첫 공개
“남자라면 길을 가더라도 큰길을 가야죠.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잖아요. 빨리 가려고 골목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골목길이 막히면 꼼짝없이 갇히게 돼요.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정공법을 써 정면 돌파한다면 무슨 일이든 잘될 거예요.”

원로 배우 신성일 씨(본명 강신성일·74·사진)는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청춘은 맨발이다’(문학세계사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평생 영화배우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춘은 맨발이다’는 그의 자전적 인생 스토리. 일간신문에 7개월간 연재한 동명 칼럼을 엮었다. 한 시대를 움직인 영화배우로, 정치인으로, 무엇보다 ‘남자’로 살아온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가 녹아 있다. “‘나는 신성일이다’라는 자존심 하나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그의 말대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털어놓은 ‘팩트’들이 그대로 ‘한국 영화사’이며 ‘한국 문화예술 연대기’로 읽힌다.

1963년 청평호에서 ‘배신’의 라스트신 촬영 때 상대역이던 엄앵란 씨와 진짜 키스를 한 일화 등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관심은 단연 그의 ‘여자’에 쏠렸다. 그도 작정한 듯 “책에 밀봉된 부분이 있는데 마음에 간직했던 진짜 사랑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 엄앵란도 모르는, 애절하고 은밀한 이야기”라고 고백했다. 당시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고 김영애와의 러브 스토리다.“1973년도 얘기죠. 아내 외에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고 비겁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 여인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그는 김씨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한 사연도 털어놨다. “국제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이를 가졌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서로 큰 소리로 말해야 알아듣는 시절이었어요. 집안 식구를 피해서 친구 사무실에서 통화했는데, 뭐라고 말을 못했어요. 그냥 멍한 상태였죠. 그 뒤로 1년 동안 연락이 끊겼어요.”

그는 김씨와의 사랑 얘기가 이 책의 중심이라고 털어놨다. “사랑은 여러 형태가 있고, 아내와의 사랑은 또 다른 것”이라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정치판이 굉장히 살벌해요. 바싹 메말라 있죠.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가 없는 거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모든 것에 배려하고, 다툼이 없죠. 그래서 이길 수 있는 겁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