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없어도…日 사회적기업 잘 나간다

희망주는 사회적기업

환경친화형 슬로푸드 카페…빈 건물 활용 유스호스텔 등
사회공헌에 일자리 창출까지…상상력만 있으면 사업화 가능
일본 고쿠분지시(市) 히가시모도마치(町)에 자리잡은 음식점 카페슬로. 흙과 볏짚으로 꾸며진 50석 규모의 실내에는 통나무를 그대로 살려 만든 식탁이 여럿 마련돼 있다. 점심정식은 현미밥과 야채샐러드 등 유기농 제품들. 한 쪽 자그마한 전시실에서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이 지역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감상하고 있다. 요시오카 아쓰시 대표는 “의식주를 통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삶을 실천하자는 ‘슬로(slow) 운동’을 지지하는 손님들이 많아 한 달 500만엔(75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카페슬로는 30년간 유네스코에서 활동한 요시오카 대표가 만든 일본의 사회적기업이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라이브공연을 하고 미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세미나를 여는 등 지역커뮤니티의 구심점도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400만엔짜리 방사능측정기도 갖췄다.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느라 점심정식이 1인당 1200엔으로 다소 비싸다. 그러나 손님 시미즈 나오코 씨는 “좋은 분위기에다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싸다”고 말했다.초기 정부에서 500만엔을 대출받고 지인과 시민단체에서 600만엔을 마련해 사업을 시작했던 요시오카 대표는 “3년 정도 지난 이후에는 정부지원이나 기업 기부 없이 지역주민의 힘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카페슬로를 10년 경영해보니 소셜 비즈니스가 얼마나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소셜벤처경영대회에 입상한 국내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SK행복나눔재단 후원으로 지난달 23~26일 일본에서 자리잡은 사회적기업들을 방문했다. 카페슬로처럼 대부분 정부 지원 없이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코하마시 서민 거주지역인 고도부키초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하는 요코하마호스텔빌리지(대표 오카베 도모히코)는 비어있는 건물을 게이오대 학생들의 도움으로 리모델링해 외국인 여행객 숙소로 제공하면서 생활보호대상자에게는 싼값에 방을 빌려준다. 감기나 고열로 일반 보육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유아들을 돌보는 사업을 펼치는 플로렌스(대표 고마자키 히로키)는 회원들 회비로 운영하면서 싱글맘에 대해서는 기부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낭여행을 즐기던 대학생 3인이 만든 그란마(공동대표 야마모토 나오키)는 저개발국 주민들에게 필요한 제품 아이템을 기획해 대기업과 함께 제작, 판매하는 사업을 벌인다. 전기가 없는 지역을 겨냥한 태양광 충전식 랜턴, 빨대 모양의 휴대용 정수기, 지뢰로 다리를 잃은 캄보디아 사람들을 위한 의족 등이 매우 싼 값에 공급된다. 저개발국에 후원하려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그란마는 올해 8000만엔의 매출을 올렸다.

도쿄=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