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자 'CEO 연봉 낮은 기업'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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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투자자 기피 기업'분석“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낮은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투자금 적게 들고 우수한 인재 많은 곳 '찜'
정부 까다로운 승인 필요하고 무리한 해외진출 업체는 기피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티엘이 한 말이다. 그는 페이스북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다. 티엘이 투자를 결정할 때 CEO의 연봉을 중시하는 이유는 비용효율성 때문이다. CEO의 연봉이 적어야 직원들의 급여를 줄일 수 있고 사업 투자금액도 늘릴 수 있다. 또 “그들에게 주는 돈이 적을수록 매년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사이트 매셔블은 최근 ‘유명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결정 기준’을 모아 소개했다.
◆직원의 질이 핵심
투자자들은 CEO와 함께 ‘직원’들도 눈여겨본다. 구글, 트위터 등 500개의 회사에 투자한 론 콘웨이는 “CEO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새로운 생각을 쏟아낼 수 있는 직원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링크트인 창업자이자 페이스북과 징가에 투자했던 리드 호프먼도 “적어도 수백만명 이상을 고객으로 만들 인재를 갖췄는지가 투자의 기준”이라고 말했다.‘CEO의 유연한 사고’도 투자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스카이프에 투자했던 크리스 딕슨 ‘파운더 컬렉티브’ 대표는 투자 대상을 탐색하기 전에 CEO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일종의 ‘사회적 증명(social proof)’을 하기 위해서다. 딕슨은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본다”고 설명했다.
콘웨이 역시 “기존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고집하는 CEO보다 상황에 맞게 바꾸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며 “사업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초기 자본이 적게 들어가는 회사를 선호한다. 트위터, 오데오 등에 베팅했던 마이크 메이플스는 “초기 투자자금이 1000만달러가 넘는 회사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벤처투자가들은 초기 투자금액이 많아지는 것을 리스크가 커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메이플스는 “초기 자본이 100만달러 정도 되는 기업이 투자에 적당하다”고 덧붙였다.◆규제산업은 피해라
엔젤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도 있다. 포브스는 ‘투자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신생 기업 유형’을 정리해 분석했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거나 진입장벽이 낮은 회사들은 기피한다. 푸드서비스, 텔레마케팅 등은 실패 확률이 높다는 평가다. 진입장벽이 낮으면 초기에 성공해도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 최근 위치기반 서비스업체인 그루폰이 지역별 서비스업체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표적 케이스다. 정부의 까다로운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도 기피 대상이다. 승인 절차를 다 밟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과감히 해외에 진출하는 업체도 기피한다.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미국과 러시아에서의 성공 법칙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