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골프장 위기 대처법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골프장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새 골프장은 자꾸 늘어나는데 골프 수요는 줄어 먹고살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내년엔 1990년대 초 일본처럼 골프장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단순한 엄살만은 아니다. 2010년 말 기준 영업 중인 골프장은 회원제 213개, 퍼블릭 169개 등 382개(골프장경영협회,18홀 환산)다. 작년 이들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은 총 2572만명으로 2009년에 비해 0.7%쯤 줄었다. 감소폭이 얼마 안 되는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골프장이 43개 늘어난 가운데 줄었기 때문이다. 경영상태를 가늠하는 기준인 1홀당 내장객이 2009년 4089명에서 작년엔 3654명으로 10.6%나 감소했다.

회원제골프장들의 타격이 더 크다. 내장객이 2009년 1823만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1776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경영 악화로 매물 쏟아져

올 상반기엔 774만명에 머물렀다. 이대로 가면 1600만명을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내년엔 입회금 대량 반환사태가 기다리고 있다. 입회금은 골프장을 분양할 때 골프장 측이 보증금 형태로 받는 돈이다. 5년 거치기간이 지난 후 회원이 요구하면 돌려줘야 한다. 내년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골프장은 47개 3조111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벌써 경영악화를 못 이겨 매물로 나왔거나 인수합병을 타진 중인 골프장만 40여개란 소문이 돈다. 여기에 새로 건설 중인 골프장이 100개(회원제 43개,대중 57개)나 된다. 인허가를 받은 곳도 80여개다. 모두 개장하면 국내 골프장 수는 515개에 이른다. 내장객이 대폭 증가하지 않는다면 연쇄부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감세 요구 앞서 자구노력 해야

골프장들은 세금을 줄여 숨통을 틔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국인 카지노보다 4.2배나 많은 개별소비세(2만1120원)와 일반사업자보다 20여배 높은 재산세에 체육진흥기금까지 부담하다 보니 세금이 미국(1만원 미만) 일본(2만여원)보다 훨씬 높은 7만5000원에 달해 그린피가 비싸진다는 거다. 골프는 연 수천만명이 즐기는 스포츠이고, 골프장은 법률상 체육시설인데도 호화 사치시설로 간주해 세금을 중과하는 건 앞뒤가 안맞는다는 논리다.

세금중과 개편 요구에는 일리가 있다. 형평성을 따져 차분하게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골프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데도 여전히 공급자에 머물러 있는 대다수 골프장들이 ‘마인드’를 우선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캐디나 카트를 꼭 쓰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도입, 싸고 맛있는 음식 제공, 라운드 전후 샷을 가다듬을 수 있는 환경 조성, 골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자세의 변화 등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많다. 세금을 가볍게 하기 전에 골프장들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대도시와 가까워 내장객이 크게 줄지 않는 골프장들엔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닐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은 대다수 골프장들에 위기다. 관건은 위기를 인정하고 치열하게 달려드느냐 여부다. 그러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구태에 머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골프 시장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