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즈니스 금기어…"Are you English?"

[세계로 가는 窓]

영국은 연합왕국
잉글랜드·북아일랜드 등 4개 자치정부로 구성
스코틀랜드는 독립 요구

다툼 끊이지 않지만
내년 런던올림픽 앞두고 '단결' 목소리 높아
영국이 영어로 무엇이냐는 질문에 ‘잉글랜드(England)’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하나로 합쳐진 연합왕국으로 정식 명칭은 ‘United Kingdom’,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다. 영국은 영어로 잉글랜드가 아니지만 영국의 공용어인 영어는 ‘잉글리시(English)’가 맞다.

영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우연한 기회에 영국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가볍게 대화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Are you English?’라고 했는데 상대방 표정이 어둡다면 빨리 사과를 하고 다른 주제로 전환해야 한다. 영국에서 상대방이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스코틀랜드 사람일 수도 있고 웨일스, 북아일랜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영국을 이루고 있는 네 나라는 각기 다른 문화적ㆍ민족적 특성과 역사를 갖고 있다. 영국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며, 영국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 새겨야 할 기본 상식이기도 하다.

복잡한 관계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관계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잉글랜드 사람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스코틀랜드의 역사는 잉글랜드에 대한 독립운동으로 점철된 투쟁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의 실존 인물인 윌리엄 월리스를 소재로 한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으면서 외친 ‘자유’라는 말은 당시의 처절함을 대변한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잉글랜드에 합병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독립을 추진해 왔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간의 관계는 지역감정의 차원이 아닌 민족감정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흔히 잉글랜드 사람들은 보수적이며 첫 만남에서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한다. 반대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진취적이며 조직력이 강하다. 이에 관한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느 무인도에 비행기가 떨어져 잉글랜드 사람 두 명만 남았는데 한 달 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서로를 몰랐다고 한다. 중간에 서로를 소개시켜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스코틀랜드 사람 두 명이 무인도에 떨어졌는데 한 달 뒤에 와보니 한 명은 회장, 다른 한 명은 부회장을 해서 하나의 조직을 결성했다고 한다.

지난 5월에 치러진 스코틀랜드 총선에서 다수당인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이 과반수 이상을 확보했다. SNP는 2007년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자치권을 행사하는 준(準)독립정부를 구성했다. 스코틀랜드 총리가 된 알렉스 샐먼드 SNP 당수는 2017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까지 임명해가며 저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영국 올림픽위원회(BOA)가 내년에 열리는 런던올림픽에 영국의 4개 자치정부가 축구단일팀으로 출전한다고 밝혔다. 52년 만의 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원래 ‘1국가 1축구협회’만을 인정하지만,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예외다. 즉 4개 자치정부별로 각각의 축구협회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팀 출전은 우리의 남북단일팀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다.영국이 향후 뿔뿔이 흩어질지, 아니면 지금처럼 하나의 국가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과거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분쟁,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움직임 등 영국의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는 아직도 내재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하나의 영국’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집안 다툼이 다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은 아직은 세계를 움직이는 한 축이다.

정광영 <KORTA 런던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