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회적 부담' 인식부터 바꿔야

100세 시대 종합 콘퍼런스

2020년께 100세 시대 도래…현 제도는 80세에 맞춰져
퇴직 지원·탄력근무 등 도입을…농어민 70% "100세 축복 아냐"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나는 시대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80세 시대와는 과연 어떻게 다른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11개 정부부처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11개 연구기관은 8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0세 시대 도래에 따른 사회 변화와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100세 시대 종합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100세 시대 연금 복지 보건 다 바꿔야

이수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론 주제발표에서 ‘100세 시대의 모습’에 대한 다각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100세 시대는 최빈 사망연령이 90대가 되는 시점으로 정의된다. 한국은 현 추세대로라면 여성이 2020년, 남녀를 합치더라도 2020~2025년쯤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100세 시대가 가까운 미래로 다가왔음에도 연금 복지 보건 교육 취업 국가재정 등 모든 제도 및 시스템이 아직 80세 시대에 맞춰져 있다”며 “노인을 시혜적 복지의 대상으로만 인식해 정부에서 뭔가 해줘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부처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공공 서비스 영역 간 벽을 과감히 허물고 국민 삶의 관점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설계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상황에 놓인 개인 및 가족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유형에 대해 상향식 파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퇴직준비 휴가제·유연근무제 도입

전문가들은 노인의 자립 기회를 넓히기 위해 평생교육과 퇴직준비를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세정 평생교육진흥원 전략기획실장은 “한국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40.8%)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며 “기업 퇴직 인력의 교원채용 확대, 국가·시도·지방자치단체 통합 평생학습 통합지원센터 설립, 평생학습 중심대학 및 선도대학 육성 등 각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정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1커리어 기간 동안 제2커리어의 기반을 준비해야 하지만 현재 직장문화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유연근무, 퇴직준비 휴가제, 근로자 멀티 라이프(Multi-life) 지원 등 45세 이상 중고령 근로자가 직업생활 기간 내 제2커리어에 대한 준비와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00세=축복’ 농어민의 3분의 1 불과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0세 시대 도래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35.4%) △‘질병으로 고통스러운 삶이 싫어서’(21.9%) △‘노년기가 너무 길어서’(18.0%) 등의 순이었다. 고민거리는 △건강(58.6%) △생활비(30.4%)가 가장 많았으며 70.2%는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고 응답했다.

박대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 농어업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각종 의료 및 영양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농어촌 공동체 회사와 사회적 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