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성 원기업 회장, 父傳子傳 전봇대 혁신…"친환경 가로등 시대 열 것"

CEO 투데이 - 원부성 원기업 회장

선친이 콘크리트 전주 도입
차세대 '디자인폴' 개발
원가 낮춰 일본에 역수출
“아버지가 1960년대 콘크리트 전주를 도입했듯 이제 제가 콘크리트에 디자인을 입힌 차세대 친환경 가로등 시대를 열겁니다.”

원심력 콘크리트 전문업체인 원기업의 원부성 회장(사진)은 8일 “나무 전주로 인한 벌목으로 국토가 황폐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전주 개발을 시작한 선친의 도전정신이 ‘콘크리트에 디자인을 입힌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졌다”며 “이를 통해 친환경 차세대 가로시설물인 ‘디자인폴’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의 아버지는 삼원기업(원기업의 전신)의 창업주인 고(故) 원용선 회장으로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전주를 만들었다.그는 “콘크리트에 디자인을 접목시킨다니까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 비웃었다”며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코엑스 아셈로에 설치하고 지난달 한국건축산업대전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는 등 이제 디자인과 친환경성 모두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등의 진화’는 대부분 광원부문에서 이뤄져 왔다. 최초의 가로등인 가스불을 시작으로 전기조명의 발전과 함께 LED(발광다이오드)와 태양광 등 다양한 광원이 시도되고 있다.

원 회장이 주목한 것은 가로등을 떠받치는 지주의 소재다. 디자인폴은 콘크리트와 천연석을 혼합해 연마·가공한 ‘친환경 혼합석재’라는 특허소재로 만들어졌다. 철재나 스테인리스 등 기존 금속성 소재와 달리 부식 염려가 없고 내구성이 4~5배 더 뛰어나 유지보수비가 적게 든다는 게 원 회장의 설명이다. 철재 시설물의 수명이 10~12년인 반면 디자인폴의 수명은 50년이라고 했다. 디자인폴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원 회장이 6년 전 일본 오다이바를 방문하면서다. 그는 “콘크리트 사업의 사양화 추세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밤잠을 설치다 오다이바에 설치된 요시모토폴사의 가로시설물을 발견하고 ‘바로 이거다’는 생각을 했다”며 “천연석재는 철재의 삭막한 느낌과 달리 자연스럽게 주위환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고대 그리스 신전의 돌기둥이 연상됐다”고 말했다. 삼고초려 끝에 요시모토사와 라이선스 및 기술제휴에 성공한 원기업은 2009년부터 경기도 양주 공장에서 ‘디자인폴’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핵심 ‘연마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5분의 1인 3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원기업은 연마기술 관련 특허를 포함해 디자인폴과 관련한 발명특허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 품질은 높이고 원가는 200만원대로 낮춘 디자인폴2도 출시했다. 그는 “원가를 대폭 낮춘 덕분에 내년부터는 일본에 역(逆)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군기지의 괌 이전 사업을 비롯해 카타르 등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콘크리트에 디자인을 넘어 정보통신(IT)까지 접목시키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디자인폴은 올해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며, 5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