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득권 모두 깨 성공한 '개콘'을 배워라

KBS2TV의 ‘개그콘서트(약칭 개콘)’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최근 선보인 사회풍자 개그들이 인기인 데다, 국회의원의 고소 해프닝까지 겹쳐 10%대였던 시청률이 최고 25%까지 치솟았다. 개콘이 13년째 코미디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된 비결은 유명 출연진들의 기득권을 철저히 무너뜨린 데 있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는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콘은 선배나 인기 개그맨이라도 재미없으면 통편집되고, 무명 신인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얼마든지 뜰 수 있는 건강한 진입·퇴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00여명의 개그맨 가운데 스타는 있으되, 스타를 위한 고정코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연 개그맨들의 소속사만도 10개가 넘지만 그로 인한 소통단절이나 갈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인기코너라고 연연하지 않고 언제나 새 프로그램으로 승부해왔다.

오늘날 한국의 정당 정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유는 기득권을 깨 성공한 개콘과는 정반대로 기득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불량 정치인이 퇴출도 안 되는 폐쇄적인 구조에 있다. 개콘보다 2년 앞서 등장한 한나라당이 간판을 바꿔야 할 정도로 지리멸렬한 것이나,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놓고 심각한 내분에 휩싸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이념이나 정강정책이 아니라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정치인들은 개콘식 시스템이라면 당장 퇴출 대상이다.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하려고 당적을 밥먹듯 바꾸는 의원은 통편집감이다. 개그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저열한 정치 행태는 언제쯤 달라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