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급식에 돈 다 썼나? 영어교육 줄이다니

서울시교육청이 일반 고교 원어민 교사 225명의 인건비 40여억원을 삭감하고 서울시의회도 초·중학교 원어민 교사를 감축하는 예산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는 소식이다. 이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시내 일반 고교에는 영어 원어민 교사가 전부 해고되고 초·중학교 원어민 교사도 990명에서 538명으로 줄어든다.

서울시가 원어민 영어수업을 줄이는 이유는 참으로 그럴 듯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설문 결과 영어 원어민 교사들이 학생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업 효율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하지만 원어민들이 잘 가르치지 못하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가 아니던가. 단지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원어민 교육의 존폐를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핑계거리를 찾는 고약한 행정이다. 서울시의회가 원어민 교육을 줄이려는 것이 무상급식 재원이 바닥나면서 다른 교육 부문에서 예산을 쥐어짜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은 원어민 교사 폐지의 피해가 고스란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미 영어 구사능력에 따라 일자리와 직장이 달라지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다. 영어가 아니라 국어교육이 더 중요하고, 창의성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떠드는 사람들일수록 제 자식은 미국에 유학시키고 영어연수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은 어느 조직이든 리더가 되려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서울시 의원을 한답시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자면 영어가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로 나가 일을 하고 유능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학부모 성화에 못이겨 원어민 교사들까지 채용하는 한국 사례를 인용하면서 미국 공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고 있을 정도다. 공짜밥이 정녕 교육을 망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