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위험물질 '고준위 폐기물' 처리 막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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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 아하! 그렇군요올해 지구촌 최대 사건을 꼽으라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를 빼놓을 수 없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원전 폐기 방침도 밝혔으나, 우리나라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원전을 2030년까지 20여기를 더 건설한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깊은 바다? 우주로?… 손놓은 한국 '속수무책'
후쿠시마 원전 사태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된 위험이 ‘고준위 폐기물’ 이다. 원전 균열 및 전력 단절 과정에서 폐연료봉을 저장해 놓은 수조의 수위가 낮아져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됐기 때문이다. 고준위 폐기물은 폐연료봉, 이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액체를 말한다. 저준위 폐기물은 작업복 장갑 등 방사선 준위가 낮은 것으로 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고준위 폐기물 처리방법은 논의된 적이 거의 없으며 원전 내에 따로 보관하는 수밖에 없었다. 종종 지역사회의 이슈로 등장하는 방폐장 부지는 사실 모두 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방법은 그동안 다양하게 논의됐다. 사람들의 혐오를 고려할 때 로켓을 이용해 우주로 날려보내자는 방법, 바다 깊은 곳에 묻는 방법, 지각판의 섭입대에 매몰하자는 방법(섭입과 동시에 밑으로 계속 내려가도록) 등이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화강암 및 화강편마암 지역에 고·저준위 폐기물을 동시에 매몰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오 교수는 “스웨덴은 약 40년 동안 공개적인 방폐장 선정 과정을 통해 화강암 지역 내 처분의 안정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성공적으로 처리하는 마지막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방폐장 선정은 보통 수십년이 걸리고, 잘못 선정된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수조원의 비용이 드는 만큼 정확한 전국적 지질조사가 항상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최근 선정된 경주방폐장 부지 암반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곳은 중간 저장소 정도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기존 (저준위) 방폐장 문제도 공전을 거듭하는 마당에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가 가득 차면 모두 빼내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 발전소 해체가 본격화되면 고준위 폐기물이 상당히 나오기 때문에 20년을 내다보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