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특허전쟁…삼성, 애플에 '3승 5패'

삼성, 호주서 최종 승소…갤럭시탭 10.1 판매 길 열려
佛법원은 '애플 손' 들어줘…이탈리아·日 소송결과 주목

호주 대법원이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애플의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프랑스에서 제기한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4S 판매금지 신청은 기각당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호주-삼성 勝, 프랑스-애플 勝

호주 대법원은 9일(현지시간)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애플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는 곧장 호주에서 갤럭시탭 10.1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이 호주에서 제기한 특허권 침해 본안 소송 심리가 진행 중이지만 이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는 특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2심에서 호주 연방법원은 애플이 “갤럭시탭 10.1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인 1심 결정을 뒤집어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애플은 이에 불복하며 지난 2일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다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프랑스 파리 법원은 8일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권 침해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폰4S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한 삼성의 청구를 기각했다. 마리 크리스틴 쿠르불레 판사는 “삼성전자의 애플 판매금지 요청은 명백히 과도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소송 비용 10만유로도 함께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청구가 ‘권리 남용’은 아니다”며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주장이 정규 재판에서 다시 다뤄질 수 있다”고 판결해 여지를 남겨뒀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아이폰4S 출시 직후 애플이 자사의 무선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에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일진일퇴 공방전 이어질 듯

두 판결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를 겨냥한 공격은 무위로 돌아간 모양새가 됐다. 애플은 지난 8월 독일에서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를 이끌어 낸 뒤 네덜란드와 호주에서도 잇따라 삼성전자 제품 판매를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애플이 특허권을 주장한 의장 디자인은 독일에서만 인정받았을 뿐 네덜란드와 호주에서는 애플 제품의 유저인터페이스(UI) 가운데 한두 건만 침해했다는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호주에선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었다.

삼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플에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10월 삼성이 “애플이 통신 표준 기술을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제기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파리에서도 판매금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탈리아와 일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삼성과 애플의 공방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