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청춘의 불확실성 즐기는 배짱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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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6) 1970년대 청년문화 아이콘…가수 양희은“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노래를 그만 부르고 싶어서 노래를 불러요. 이룬 것도 없는데 그만둔다고 하면 코미디죠.”
요즘 젊은이들 너무 나약…강한 의지로 꿈 지켜내야
“왜 아직도 노래를 하느냐”는 단순한 질문에 가수 양희은 씨(59)의 대답은 이처럼 호기로웠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를 공연하고 있는 그를 ‘극장 용’에서 만났다.이 뮤지컬은 올해로 가요계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양희은의 인생역정을 무대로 옮긴 것이다. 지난 7, 8월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그는 “‘이 정도면 이제 됐다’고 외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만난 이유는 공연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新청년리포트’ 기획시리즈를 위해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상징이었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당시 젊은이들의 아픔을 보듬었던 데뷔곡 ‘아침이슬’은 지금도 청년 정신을 상징하는 절창이다.
청춘들을 향한 그의 고언(苦言)에 울림이 있는 것은 암울한 시대를 이겨낸 노래들 때문만은 아니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은 역경을 이겨낸 또 다른 본보기다. 바람난 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어머니 사업도 망해 집안에 차압 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때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아홉 살 때부터 서울 명동의 생맥주집을 전전하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요청에 “너무 나약해서 걱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 청년들은 결국 우리 세대의 작품이지만 부모들이 과잉 보호를 해서 그런지 파이팅 정신이 너무 빈약하다”고 했다. 이어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은 불확실성”이라며 “휘몰아치는 바람에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면 불확실성을 즐길 수 있는 배짱과 자신의 꿈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전 공연 리허설 도중 객석으로 떨어지는 추락사고를 당해 통원치료를 받으면서도 주 6회로 짜여진 빡빡한 공연을 강행하고 있다. 양씨는 “휠체어를 타더라도 관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도 신중히 생각해 스스로 약속하고 다짐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지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