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200억…하춘화의 기부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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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주년 콘서트 수익도 부산 독거노인에 쾌척“기부하면 노래도 잘되고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받을 때보다 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부산지역 독거 노인을 위해 자신의 콘서트 수익금을 내놓는 ‘기부 가수’ 하춘화 씨(56)는 9일 기자와 만나 “크게 알릴 일도 아닌데요”라며 겸손해했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사회가 희망적이고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기대와 사명감을 가지고 40여년 동안 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씨는 지난 달 30일과 지난 1일 부산시민회관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전국 순회공연의 하나로 ‘2011 하춘화 부산 나눔 콘서트’ 를 열었다. 이 때 벌어들인 돈을 오는 12일 오후 2시 부산시에 기탁하는 행사를 연다.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서다. 기탁식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하씨와 소속 기획사(HA기획사) 김태명 대표 등이 참석한다.
기탁금액은 행사 당일 공개할 예정이다. 규모는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부를 할 때마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 열심히 뛰었다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하씨가 가수 데뷔 후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200억여원에 이른다. 올초에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건립자금으로 1억2000만원을 쾌척했다. “옛날에 100평짜리 집 한 채가 200만원 정도 할 때 500만원, 1000만원 정도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고 그랬습니다. 지금 시세로 보면 200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 같네요.” 그는 “그동안 8500회가 넘는 공연을 하면서 발톱이 빠지고 쉼없이 공연을 펼치다 보니 등창을 비롯한 직업병에 시달리는 등 고통도 많았지만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힘이 난다”며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일해 남을 도우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씨는 부산 대교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서울로 이사갔다. “어릴 때 뛰놀던 부산 고향 생각도 나고 당시 고생하시던 어르신들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 번 돈을 부산시에 기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씨가 기부를 생활화한 것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1974년 19세 때 서울 아세아극장에서 생애 첫 리사이틀을 가졌죠. 아버님의 권유로 경기도 시흥의 나자로마을에 벌어들인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부친은 늘 너부터라도 솔선수범해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남을 돕는 인생을 살라고 권유했지요.” 하씨는 한국 가요계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1961년 여섯 살 때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잘했군 잘했어’ ‘영암 아리랑’ ‘날버린 남자’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데뷔 후 50년 동안 출반한 앨범만 134장, 2500여곡에 이른다.
봉사에서도 연예인 대표주자다. 1992년 이웃사랑을 실천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01년 문화예술발전과 사회봉사에 공헌한 공을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가수로는 최초로 국립공원 월출산에 비문(하춘화 노래비)이 건립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이달의 나눔인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