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진 박원순 화법…시민운동가에서 정치가로

“시장님, 도서관 책에 다 나오는 뜬구름 잡는 얘기하지 마시고 구체적인 정책을 말씀하세요.” (청춘콘서트 참석자) “제가 뜬구름을 잡았나요. 하지만 서울시가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의 화법이 바뀌고 있다. 취임 직후엔 “문제점이 있으니 개선하겠다” “관련 부서에 지시를 내리겠다” 등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으나 최근 들어 발언이 매우 신중해졌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동 하자센터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2.0에 참석한 박 시장은 취업난 해결을 위한 잇따른 청년들의 건의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관련 정책을 검토해 보겠다” “서울시가 모든 것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등의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에 참석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커지자 행사 사회자였던 영화배우 김여진 씨가 “시장이 말씀하실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거들어주기까지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최병성 목사의 출판기념회 때도 박 시장은 역시 침묵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책을 낸 최 목사는 박 시장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발언을 유도하려고 했지만, 박 시장은 끝까지 즉답을 피했다. ‘서울시와 별로 관련 없는 정치 공세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민감한 시정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은 취임 초기 “우면산 산사태는 천재지변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산사태에 대한 서울시 책임론이 불거지자 지난달 말엔 “산사태 원인에 대해선 속단하기 어렵다”고 한발 물러섰다. 선거 때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한 뉴타운 문제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면담이 쇄도하자 “주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발 후퇴했다.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취임 초기 파격·즉흥 발언 등으로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발언이 상당히 신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최근 공식석상에 참여할 때마다 “이 자리에 기자들이 많아서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시정을 책임지다 보니 발언이 신중해진 것 같다”며 “박 시장이 정책비판을 하던 시민운동가에서 대안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정치인으로 점차 변신하는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