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적 갑부들… 위기속에서 ○○○로 돈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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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S자형 원칙' 지켜…위기일수록 사회기부도 충실2012년을 앞두고 ‘세계 부(富) 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재산 순위가 올라간 세계적인 갑부들은 금융위기와 같은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도 확실한 수익을 내는 방안으로 잘 알려진 ‘S자형 투자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점이 눈에 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S자형 투자원칙’이란 본래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됐다.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일정 기간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유아기). 일단 소비자와 가정 속에 10% 정도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나가는 큰 흐름(청소년기)을 이룬 뒤 정체국면(장년기)에 진입한다. 이른바 ‘슈퍼 리치(super rich)’로 불리는 세계적 갑부들의 재산 증식 과정을 보면 초기부터 급하게 돈을 벌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읽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게 공통점이다.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어떤 산업이 떠오를 것인지,각국의 인구 구성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재산이 한 단계 늘어나는 것에 따른 만족도(한계효용)가 증가하더라도 그 자체로 만족하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인프라에 더 투자한다.생애 주기에서 유아기에는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세계적인 갑부들은 이 시기에 나중에 언제든지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측기관이나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난 뒤 투자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파레토 전략’과 ‘루비콘 기질’을 발휘한다.우량 대상만을 골라 투자하는 파레토 전략처럼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수단을 선택하되 일단 선택하면 루비콘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 어떤 위험이 닥친다고 해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이 원칙은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청소년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듯이 이때는 재산이 늘어나면 한계효용이 체증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로, 갑부들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눈 팔지 않고 돈 버는 자체를 즐긴다.돈을 버는 데에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을 가능한 한 피한다.이 때문에 단기적인 투기가 아니라 중·장기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때그때 시장 흐름보다 큰 추세를 중시하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피로도 적게 느낀다.캐나다 중앙은행이 개발한 금융 스트레스 지수가 낮게 나오는 국가일수록 그 나라 국민들은 중·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산 증식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투자할 때 돈 이외의 다른 목적을 감안하기 시작한다.이를 테면 노후를 대비하고 현재의 삶에도 보탬이 되는 색다른 투자방법을 중시한다.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전원을 자주 찾거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예술가의 작품에 투자하기 위해 예술적인 심미안을 가져보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때는 재산 증식에 따른 한계효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기다.만약 이때 돈을 쓰기 시작하면 갑부로 성장하지 못한다.한계효용이 떨어진 돈을 대신해 지금은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노후와 현재의 삶에 보탬이 되고 나중에 재산가치가 올라가는 투자 대상을 선택하면 세계적인 갑부로 성장한다.재산이 많은 것이 신변 위협 등으로 오히려 부담이 돼 재산 증식에 따른 한계효용과 절대효용이 떨어지는 단계다.이 시기에 갑부들은 투자를 지금까지 벌어온 재산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쪽으로 중점을 둔다.나눔과 기부를 통해 명성을 얻고, 이 명성을 통해 또다시 재산을 늘려가기 때문에 실제로 재산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세계적인 갑부들이 존경받는 부자가 되느냐는 이 시기에 결정된다.졸부들은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가 죽어서도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만 진정한 의미의 부자들은 재산 이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죽은 뒤에도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존경받는 부자로 남는다.영원한 부자가 되는 셈이다.
올 들어 부쩍 갑부들이 스스로 세금을 내겠다는 이른바 ‘버핏세 운동’과 사회적 기부를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어려운 때일수록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정신을 발휘해야 런던 폭동,반(反)월가 시위 등과 같은 사회불안을 해결하면서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자신들의 존재감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사람에 따라 투자 방법이 바뀌는 시기와 돈에 대해 느끼는 효용은 다를 수 있다.하지만 올해 ‘세계 부(富) 보고서(World Wealth Report)’를 분석하고 난 뒤 느낀 점은 격변의 시대에도 갑부들은 생애주기에서 단계별로 요구되는 ‘젊음과 모험→중용과 지혜→겸손과 배려’를 재산 증식 과정에서 지켜 오히려 재산을 더 늘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벌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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