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앞 마당서 또…中어선, 단속해경 살해

어설픈 대응에 중국선원 무장·흉포화
네티즌들 "엄벌 처하라" 부글부글
정부, 중국대사 불러 항의는 했지만…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대원이 12일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불법어로 단속에 대한 중국 선원들의 저항이 갈수록 조직화, 흉포화하고 있어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오전 서해 소청도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나포해 인천해경부두로 압송하려던 인천해경 소속 특공대원 이청호 경장(41)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유리조각에 찔려 숨졌고, 이낙훈 순경(33)은 부상을 입었다.

◆조직적 저항에 경찰 1명 사망이 경장 등 인천해경 경비함 3005함 소속 특공대원 16명은 이날 오전 5시30분께 소청도 남서방 85㎞ 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이 불법조업 중인 것을 확인하고 단속에 나섰다. 대원들은 고속단정을 이용해 중국 어선 2척 가운데 요금어15001호(66t급)로 옮겨 타고 수색을 실시, 선원들을 제압했다.

그러자 다른 중국 어선 1척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질주해 요금어호를 들이받았다. 해경 검거망에서 요금어호를 따돌리기 위한 행위로 보였다. 강한 충돌과 함께 배가 흔들리자 중국 선원 9명은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조타실을 맡은 이 경장 등 2명은 중국인 선장 칭다위 씨(42)가 갑자기 유리창을 깨뜨려 유리 조각을 휘두르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두명 모두 방검조끼를 입었지만 조끼가 가리지 않은 부위인 옆구리와 배를 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인근 해역에 있던 502함에 현장 출동 지시를 내리는 한편 부상자들을 헬기로 이송했다. 이 경장은 오전 10시께 인하대병원에 도착했으나 검안의사는 장기파열로 병원 도착 이전에 숨을 거뒀다고 판정했다. 해경은 요금어호를 인천해경부두로 압송해 중국 선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 중이다. ◆강경대응과 외교적 노력 병행해야

불법조업 중국 어선 선원들의 집단저항과 폭력행위가 노골적으로 흉포화된 것은 2008년부터다. 2008년 9월에는 전남 가거도 해상에서 중국 어선을 검문하던 목포해경 박경조 경위(당시 48세)가 중국선원이 휘두른 둔기(삽)에 맞아 바다로 추락,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경찰관 2명이 사망했고 28명이 부상당했다.

해경은 2008년 해경특공대를 발족하고 방탄조끼와 가스총도 지급해 단속하고 있다. 나포 및 압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단속대원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위기 매뉴얼’을 수립, 교육도 해왔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사상자가 발생해 해경의 매뉴얼에 허점을 드러냈다.해경 홈페이지는 불법조업 중국 어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글로 넘쳐나고 있다. 해경은 이날 뒤늦게 보도 자료를 내고 “앞으로 흉기로 저항할 경우 접근 단계부터 총기를 적극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중국 정부가 불법조업 및 중국 선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단속을 실시해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우리 해경의 사망과 부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장 대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중국 정부가 신속하게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비디오 자료 등이 있으면 제공해 달라”고 말했다.

인천=김인완/조수영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