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위 재벌 대선 출마…푸틴 복귀 막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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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20조원 美NBA 구단주러시아 3위 재벌이 해임된 전 재무장관과 연합, 러시아 대통령직 출마를 선언했다. 부정선거 시비로 타격을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대권 복귀가도에 또 다른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해임된 재무장관과 연합전선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에서 세 번째 부자인 미하일 프로호로프(사진)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그는 이날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하고도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프로호로프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 인 루살과 광산업체 폴류스골드 등으로 구성된 오넥심그룹의 회장이다. 미국 프로농구팀인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그는 약 180억달러(20조78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러시아 세 번째 갑부다.프로호로프는 9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갈등 끝에 해임된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과 대선공약 및 정당 설립에 관한 문제를 논의 중이다. 쿠드린 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파 자유정당에 참여할 것”이라며 “프로호로프와 100% 합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프로호로프는 6월 중도 우파정당인 ‘바른 조직’의 대표로 뽑혔지만 9월 당내 친 푸틴계 의원들에 밀려 대표직을 내놨다. 그는 좌파와 포퓰리즘을 없애겠다고 공공연히 말했고, 또 푸틴에 맞서다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수감된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10%의 비판과 90%의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며 “혁명 대신 진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부정선거 후폭풍도 거세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모스크바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등이 주도, 반(反)정부 시위에 대응한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정교회는 선거부정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일부 선거부정을 인정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전체 투표 수의 약 0.5%만 부정 기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선거의 적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쿠드린 전 장관은 “선거부정이 확인된 사례만 수백건”이라며 “선거관리위원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