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졸공채 '첫별'…임원 9명 승진 '역대 최대'

30대 후반~40대 중반 … 마케팅 등서 발군의 실력
삼성에 대졸 공채 출신 여성임원 시대가 열렸다.

13일 계열사별로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김기선 삼성전자 상무(43), 김정미 제일모직 상무(41), 오혜원 제일기획 상무(40)가 대졸 공채 출신 여성으론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 김기선 상무는 1990년 8월, 김정미 상무는 1993년 2월, 오혜원 상무는 1994년 1월 공채시험을 거쳐 삼성에 입사했다.올해 여성임원 승진자는 삼성전자 최초로 여성 부사장에 오른 심수옥 부사장(49)과 새로 상무로 승진한 8명을 합쳐 모두 9명으로 역대 최대다.

비공채 출신인 삼성전자 송효정(42), 이선영(44) 상무와 홍혜진 삼성SDS 상무(45),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43), 김지영 제일모직 상무(39)도 임원에 올랐다. 지난해엔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포함, 7명의 여성이 승진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8월 그룹 내 여성임원 7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한 만큼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며 여성임원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여성임원) 여러분이 사장까지 돼서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올해 새로 ‘별’을 단 삼성의 여성 임원은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연령대로 198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세대다.

그룹 관계자는 “조직 다양성을 확대하고 그룹의 여성인력 활용 의지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회사 경영에 기여한 여성 인재를 과감히 승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은 P&G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삼성에 영입돼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및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기선 삼성전자 상무는 신개념 스마트기기인 갤럭시 노트의 컨셉트 제안 및 상품화로 신시장을 창출하고 갤럭시 시리즈의 차별화된 마케팅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같은 회사 송효정 상무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갤럭시S2 제품 경쟁력 강화를, 이선영 상무는 반도체 물성분야 전문가로 안정적 수율 확보를 앞서 이끈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서현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제일모직에서도 2명의 여성 상무 승진자가 나왔다. 김지영 상무는 남성정장 로가디스 사업의 견실한 성장을, 김정미 상무는 구호(KUHO) 브랜드 가치 제고 및 신규 ‘데레쿠니’ 브랜드의 성공적 론칭을 주도했다고 그룹 측은 소개했다.

39세의 오혜원 제일기획 상무는 삼성전자 스마트TV 시리즈 광고를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홍혜진 삼성SDS 상무는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용 모바일솔루션 사업을 주도한 점에서,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는 컨설팅형 영업 모델을 바탕으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최상위 부유층인 VVIP 시장을 선점, 서울 강남 테헤란지점의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