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신앙 물려주신 어머니께 브람스를…"

정트리오, 이대서 추모 음악회
“어머니의 모교이기도 하고, 저희 삼남매가 종종 연주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생전에 특별히 좋아하셨던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을 연주하겠습니다.”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정명훈 씨가 13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지난 5월 작고한 어머니 고 이원숙 여사를 추모하는 연주회 ‘우리들의 어머니를 위하여’를 열었다. 이들이 함께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이 여사의 85세 생일을 기념해 모였던 2004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날 연주회는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의 인사말과 기념 영상 상영에 이어 정경화 정명훈 남매의 연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 E단조를 연주했다.

두 곡의 연주가 끝난 뒤 정경화 씨는 “‘G선상의 아리아’는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으로, 아버지가 1980년 세상을 뜬 뒤 10년 동안 연주하지 못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 작품으로 그가 어머니를 여읜 직후 작곡한 곡”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어 정명화 정명훈 씨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 중 3악장, 이 여사의 증손자이자 정씨 남매 7명 중 맏딸인 고 정명소 목사의 손자 대니얼 김(15)이 리스트의 ‘탄식’을 연주했다. 마지막으로 정 트리오가 무대에 함께 올라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제1번 B장조를 연주할 때 세 사람은 서로를 번갈아 바라보며 호흡을 맞춰나갔다. 연주가 끝나자 29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기립 박수를 쳤고, 정트리오는 손을 맞잡고 환한 표정으로 무대에 나와 허리를 숙이며 여러 번 인사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