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ㆍ병구ㆍ병철ㆍ병환…'패션 형제' 賞福 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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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 패션그룹형지 '경영대상'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일가에 상복(賞福)이 터졌다. 패션그룹형지가 지난달 1일 여성 의류업계 최초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수여하는 ‘한국 경영대상’에서 마케팅부문 종합대상을 받은 데 이어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병구 아마넥스 회장과 최병철 미강패션 대표가 최근 열린 ‘섬유의 날’(11월11일)과 ‘무역의 날’(12월12일) 행사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형제 패션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상을 받은 건 드문 일이다. 6남1녀 중 셋째인 최병오 회장(58)과 동생 3명은 모두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4남 아마넥스 '총리표창'
5남 미강패션 '산업포장'
최병철 미강패션 대표(54·5남)는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미강패션은 2002년 6월 부산에 문을 연 봉제업체. 모두들 “봉제는 사양산업”이라며 중국 동남아시아로 떠날 때 보란듯이 국내에 공장을 세웠다. 현재 형지의 메인 브랜드인 크로커다일 바지를 연간 100만장 이상 만들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4살 터울의 최 회장과 최 대표는 1980년대 중반 서울 동대문에서 바지 장사를 함께 했던 ‘동지’다. 이후 형은 형지를 연매출 7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패션업체로 키웠지만 동생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최병오 회장은 “당시 동생이 봉제공장을 하고 싶다고 하기에 ‘왜 사서 고생하냐. 그냥 크로커다일 대리점이나 열지 그러냐’며 만류했다. 그러자 동생에게서 ‘형님, 제 귀에는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모차르트 음악처럼 들려요. 제가 제일 잘하는 일 아닙니까. 자신 있어요’란 말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병철 대표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보다 10배나 높은 인건비 문제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해결했다. 생산 분야를 세분화해 근로자들을 맡은 분야의 ‘달인’으로 키운 것. 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량률이 떨어지면서 제조단가가 동남아시아 수준이 되자 첫 해 3만장이던 크로커다일 주문량도 100만장으로 30배 이상 늘었다.최병철 대표는 “미강패션이 잘한다고 소문이 나자 LG패션 코오롱 등이 ‘웃돈을 얹어줄테니 우리 것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오더라”며 “형지의 주문 물량 맞추기도 빠듯해 다른 업체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오 회장의 바로 밑 동생인 최병구 아마넥스 회장(56·4남)도 지난달 열린 ‘섬유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여성복 브랜드 ‘아날도바시니 레이디스’와 ‘예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최병구 회장은 ‘신발인’ 출신이다. 1980년대 초 부산에 신발제조 업체인 국도화성을 설립, 한때 ‘3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청년 사업가’였지만 1990년대 들어 부산 신발 산업이 쇠락하자 ‘패션인’으로 변신했다. 1996년 형지에 합류, 형으로부터 패션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1998년 독립했다.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옷을 사고 싶어하는 여심(女心)을 공략해 10여년 만에 연매출 1300억원짜리 기업으로 키워냈다.
최병구 회장은 “횟가루 공장을 했던 아버지로부터 사업가 기질을 물려받은 덕분인지 형제들 대부분이 봉급쟁이가 되기보다는 자기 사업하는 걸 택했다”며 “형의 도움으로 패션업에 뛰어들었는데 이제는 여성복 시장을 놓고 형과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고 웃었다.막내인 최병환 패션그룹형지 전무(52)는 저가 브랜드인 ‘CMT’ 등을 운영하는 형지리테일의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다. 큰 형인 최병기 씨(64)는 형지그룹의 중국법인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둘째 형 최병일 씨(60)는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