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마저 경제엔진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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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美·유럽 위기 전염브라질 인도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실물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산업생산,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는 일제히 추락 중이다.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는 러시아도 내년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했다.
인도 산업생산 마이너스
중국 수출 증가율 급락
브라질 성장 급브레이크
이에 따라 중국은 내년 경제정책의 초점을 성장으로 조정하고 세금 감면을 추진하는 등 내수 진작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상당수 신흥국들은 물가 상승 압박 탓에 섣불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졌다. 인도 정부는 지난 10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5.1% 하락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의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이머징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6%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22.1% 증가한 자본재 생산은 1년 사이 25.5% 줄어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다.
생산 부진 충격에 인도 루피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53.4루피로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인도 ICICI증권의 프라산나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10월 축제 시즌으로 휴일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인도의 3분기 GDP 증가율은 6.9%로 9분기 만에 7% 선을 밑돌았다.
중국도 심상치 않다. 최근 공개된 중국의 11월 수출 증가율은 13.8%로 2009년 12월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중국의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5% 증가에 그쳤고 이탈리아는 23%, 독일은 1.6% 각각 감소해 유럽발 충격이 현실화됐다. 유럽 의존도가 큰 브라질도 GDP 증가율이 1분기 4.2%에서 2분기 3.3%로 추락한 데 이어 3분기에는 2.1%로 급락했다.
선진국발(發)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내년 이후 전망도 어둡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최근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8.4%에서 8.1%로 낮췄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요 부족과 투자 감소가 원인이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 6% 이상 성장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블룸버그가 내놓은 예상치는 4.1%에 불과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