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된다던 4D 테마파크, 결국 세계 처음 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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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처음 라이브파크를 기획할 때 모두 안 될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보세요. 이렇게 번듯하게 해냈지 않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
군대서 컴퓨터 만난 게 인생 전환점
삼성 웹페이지 제작하며 명성 얻어
"회사에 고졸 출신 직원들 많지만 세계적 3D모션 척척 만들어 내"
일산 킨텍스에 세계 최초의 ‘라이브파크 4D’를 제작한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37·사진)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가 제작한 라이브파크는 일반 테마파크와 달리 공연 전시 게임 등을 접목해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1만1570㎡(3500평)의 초대형 공간에 2년 동안 총 제작비 150억원, 제작 인원 300명을 투입해 완성했다. 라이브파크 안에는 360도 입체 영화관, 유명 뮤지션이 홀로그램으로 출연하는 콘서트, 몸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로보틱 건축물 등 총 6가지의 체험공간이 있다. 모두 디스트릭트의 독자기술로 구현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 해온 디자인과 론칭쇼 기획, 3D·4D 기술을 하나로 접목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창업 이후 모든 아이디어들을 모아 만든 역작”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4D’는 3차원(D)에 ‘감각’을 더한 최 대표의 조어다.최 대표가 처음부터 라이브파크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포항 동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2년 경희대 사회학과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내며 지냈다. 인생의 전환점은 대학을 중퇴하고 간 군대에서였다. 전산병으로 일하면서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 접했고 곧 빠져들었다. 다들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군대 생활이 그에겐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1995년 제대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컴퓨터 관련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막 도입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최 대표는 월급도 받지 않고 작은 인터넷 기업에 들어갔다. 일은 많았고 대우도 좋지 않았지만 배우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웹디자인도 시작했다. 그러다 1997년 청와대 등 정부기관 웹페이지를 제작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 또 다른 기회가 왔다. 최 대표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삼성 벤처캐피탈이 투자 제안을 한 것. 그동안의 경험과 투자자금을 발판으로 웹디자인과 3D·4D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뉴틸리티’를 설립했다. 삼성의 웹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런던 국제광고제에서도 상을 받았다. 이후 삼성 제트폰 출시쇼, 티파니 론칭쇼 등을 기획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쇼비즈니스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을 만든 캐머런 매킨토시, 태양의 서커스 기술감독, 쉬커 감독 등을 처음 만난 것도 그 즈음이었다”고 말했다. 매출도 쑥쑥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00억원에 이르기도 했다.하지만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따른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했다. 최 대표와 직원들은 한 단계 한 단계 함께 배워가는 과정을 거쳤다. 최 대표는 “회사에 고졸 사원들이 많지만 처음에 플래시밖에 못 만들던 친구들이 이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3D모션을 만든다”고 말했다.
킨텍스의 공간은 ‘월드투어’의 시작일 뿐이다. 지난 8일 개장한 라이브파크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최 대표는 라이브파크의 설비와 기술뿐 아니라 콘텐츠도 함께 해외에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 정부와 중국 정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매니지먼트 회사 등과 500억원 규모의 판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학 중퇴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선례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도 내가 재밌고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에 과감히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