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스엠텍, 티타늄 소재 가공기술 日 히타치 · 미쓰이와 세계 1,2위 다퉈

히든챔피언 - 티에스엠텍 마대열 회장

제품 브랜드 신뢰 쌓아라
사업초기 국내·외 톱업체 공략
美웨스팅하우스 협력업체 등록…연간 수출액만 1억달러 넘어서

공격적 역발상으로 승부
3월 日대지진 불구 공장 확충…국내외 원전서 장비수주 '봇물'
"태양광 등 新르네상스 올 것"

직원이 즐거워야 기업 산다
올 3500억 매출 목표 무난
전 직원 연봉 20% 인상 약속, 3회 우수사원에 30평 아파트
티타늄은 항공기, 우주, 군수, 선박, 자동차, 석유화학, 의료 등 산업 전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고성능 신소재다. 해수담수화설비, 발전설비, 원전설비, 조선, 석유화학설비를 구성하는 핵심장치 역시 티타늄 소재로 구성돼 있다. 다른 금속재료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저온에서 고온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비강도와 내식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티타늄 생산은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다. 이런 척박한 여건 아래 티에스엠텍 마대열 회장(54)은 창업이후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티타늄 소재 가공기술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렸다. 히타치, 미쓰이 등 글로벌 기업들과 1, 2위를 다투며 연간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티타늄 소재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이진리에 위치한 티에스엠텍 온산공장. 6만6237㎡(약 2만평) 부지에 터를 잡은 공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태양광 발전 핵심장치인 폴리실리콘 생산·저장 설비와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갈 열교환기 등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장 비좁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런 제품들 사이로 용접공들이 비집고 들어가 불꽃을 튀기며 마무리 손질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당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기계장치들이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용납될 수 없다.미국과 유럽발 경제위기로 울산을 비롯한 국내 중견 플랜트 업체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거나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이곳이 미국과 일본, 캐나다, 중국 대만 등 전 세계로 수출되는 티타늄 특수 소재 장비를 만드는 아시아권 최대의 전초기지다.

이 회사는 온산공장 외에 울산공장(2만3829㎡, 7221평),안산공장(1만1378㎡, 3448평) 등 모두 3개의 공장을 갖추고 있다. 연간 수출액만 1억달러를 넘는다. 국내 대기업에 우회 수출하는 물량을 합하면 2억달러에 이른다. 세계 원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팅 하우스에도 연간 6000만달러가량의 원전기자재가 공급된다.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 웨스팅 하우스와 직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티에스엠텍이 유일하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주력인 콘덴서, 복수기, 열교환기, 탱크와 베셀류 등 원자력 발전 주변기기를 비롯해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설비, 석유화학 플랜트 장치, 심해 유전개발 장비 등 30여종에 이른다. 세계 어디에도 이같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티타늄 가공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티에스엠텍뿐이다.티타늄 가공기술의 핵심은 고난이도의 용접에 달려 있다. 일반 철판소재에 비해 가격이 4~5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티타늄 소재가 공장으로 반입될 때는 마 회장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용접봉들과 호흡을 같이한다. 용접공들을 위해 공장 내 고급 헬스장과 숙소까지 마련해 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에는 티타늄 소재에 대해 전문 지식은커녕 전문 인력조차 없던 1998년 티타늄 소재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12년 만에 세계적인 티타늄 장비 제조업체의 반열에 오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제품 브랜드에 대한 신뢰부터 쌓았다. 마 회장은 “제 아무리 뛰어난 티타늄 가공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사업초기 국내외 톱(TOP) 클래스 업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수주실적부터 쌓은 게 최대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2004년 9월 삼성석유화학에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용 탈수탑(Dehydration Tower)을 국내 최초로 수주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외국의 유명 티타늄 전문업체들이 수주전에 뛰어들어 수주실적이 전무했던 티에스엠텍은 사실상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 회장은 이때 손해보는 장사를 하더라도 삼성만큼은 붙잡아야 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회사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삼성석유화학 탈수탑 설비공사에 원재료비만 43억원이 투입되는 것을 알면서도 23억원을 써내 수주를 따냈다. 마 회장은 “20억원어치 손실을 낸 것은 홍보비로 생각했다”며 “결국 모든 검증과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삼성이 세계 유수기업들의 납품 제안을 뿌리치고 티에스엠텍의 기술력을 인정하게 되니까 이때부터 국내외 수주가 술술 풀려가더라”고 회상했다. 미국 웨스팅 하우스를 집중 공략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세계1위 티타늄 장비 제조업체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웨스팅 하우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론에서 출발한다. 마 회장은 지난 5년여 동안 웨스팅하우스를 직접 방문하며 공을 들여 작년 웨스팅 하우스 1차 협력업체로 공식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또 한번 기상천외한 일을 저질렀다. 원전 주변기기가 아닌 원자로 리액터 등 초정밀 핵심기기를 수주하는 전문업체로 변신하기 위해 웨스팅 하우스로부터 원전 핵심기기를 수주했다는 가정 아래 제품을 직접 만들고 웨스팅 하우스의 전문 검사팀을 초빙해 가상 승인절차까지 밟는 과정을 실행에 옮겼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만 50억원을 넘어섰다. 이를 바라보는 회사 임직원들은 “50억원을 헛되이 쓴다”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은 이 같은 마 회장의 행동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고 향후 발주되는 원전공사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둘째는 공격적 역발상이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해 원전에 대한 불신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을 때 마 회장은 오히려 6만여평의 현재 공장부지로는 수주에 한계가 있다며 인근 야산을 헐어 공장부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임원 회의에 내놓았다. 유럽발 경기침체까지 겹쳐 원전수주 전망에 대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임원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하지만 마 회장은 울산시에 용도변경 등의 행정절차를 밟는 등 뜻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9개월이 흐른 지금, 티에스엠텍 공장은 마 회장 예상대로 공구하나 제대로 놓을 틈조차 찾지 못할 만큼 비좁아졌다.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 국내 원전들로부터 티타늄 장비 수주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올해 수주물량만 4000여억원을 넘는다. 지난해보다 무려 배나 늘어난 규모다. 마 회장은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인근 야산을 허물어 공장부지로 조성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려 당장 인근 기업체를 돌며 여유부지를 빌려달라고 읍소를 해야 할 지경”이라며 “위기 이후 기회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1등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정부조차 원전사업에 자신감을 보이지 않고 있고, 태양광 시장도 공급과잉에 놓여 있다는 주변 분석에도 여전히 정반대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마 회장은 “불과 몇 년 내에 원전과 태양광의 신 르네상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과 유럽국가는 물론 중국과 인도에서도 원자력과 태양광 발전 투자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셋째는 감성경영이다. 마 회장은 올해 초 매출 목표(3500억원)나 수주 목표(6000억원)를 달성하면 전 직원의 연봉을 20% 올려 주겠다고 임직원들에게 약속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 약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 회장은 ‘직원이 즐거워야 기업이 산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기숙사 무료에 연 120만원 금연 수당, 결혼 자금 300만원 등은 경쟁 기업 직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특허 등의 아이디어를 내는 우수 사원에게는 500만원의 포상을 하고 3회 이상 선발되면 30평형대 아파트를 제공한다.

마 회장이 꿈꾸는 티에스엠텍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회사, 혁신적인 사고를 존중하는 미래 지향적 회사, 성실하고 투명한 정도 경영을 바탕으로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