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필수어 "다마이, 빡"
입력
수정
[세계로 가는 窓]많은 사람들이 통과해야 하는 천국의 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한 한 천사가 천국문 수리공을 수소문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리공이 도착했다. 각각의 수리공들은 얼마의 입찰가를 제시했을까.
사업을 할 때도…경찰에 걸렸을 때도…
뇌물수수지수 세계 4위
풍부한 자원이 '검은 돈' 온상…투자 사기 사건도 빈번
정부, 부패척결 강력히 나서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委' 설치…고액 뇌물받은 공무원 조사
먼저 미국에서 온 수리공이 900달러의 입찰가격을 제시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천사가 세부내역 공개를 요구하자 그는 “검사비 200달러, 재료비 300달러, 수공비 400달러”라고 설명했다. 일본인 수리공은 재료비 300달러, 수공비 300달러로 총 600달러를 제시했다.지인들에게 알아보니 견적가격이 높다고 했고, 천사는 값을 더 깎기 위해 인도네시아 수리공에게 연락했다. 천사는 인도네시아 수리공으로부터 견적가격이 5600달러라는 대답을 받았다. 깜짝놀라 상세내역을 물어보니 “천사가 2500달러, 내가 2500달러를 각각 갖고 공사는 일본인에게 600달러에 맡기면 된다”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 이야기는 커미션 비즈니스가 보편화된 인도네시아에 관한 우스갯소리다. 이 같은 상황을 실생활의 일부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커미션 비즈니스가 흔하게 일어난다. 프로젝트 입찰을 받으려는 사업가들은 관련 공무원들에게뿐만 아니라 사업 파트너에게도 커미션을 주는 것이 거의 일반화돼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이런 현상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국제투명기구가 올해 발표한 뇌물수수지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와 중국, 멕시코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의 뇌물수수 순위가 높은 이유는 자원산업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 가스, 석탄 등 자원가격이 상승하면서 대(對)인도네시아 자원개발이 호황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외국인투자금액은 143억달러로, 이 중 34억달러가 광업에 집중됐다. 전체 투자금액의 24%에 달한다. 광업 분야의 뇌물수수 현상과 사기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결정할 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커미션 비즈니스의 폐단을 억제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부패방지위원회(KPK)’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KPK는 10억루피아(11만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만큼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패척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KPK의 실제적인 수사 권한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재선 선거자금 스캔들 사건인 ‘센튜리은행 과다대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에선 중앙은행의 대출규모를 6조7000억루피아(약 7억4000만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작 센튜리 은행 행장만 구속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많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인도네시아 생활을 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 불법주행으로 경찰관에게 잡힌다면 인도네시아 말로 ‘평화를 바랍니다, 선생님’이라는 뜻의 ‘다마이, 빡(Damai, Pak)’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정도를 주는 것이 좋다. 돈을 줄 때는 돈이 보이지 않게 작게 접거나 혹은 면허증 밑에 넣어서 줘야 한다.자꾸 시간을 끌면 면허증, 자동차등록증 등을 요구하며 협상 가격이 점점 높아진다. 이런 방법이 비즈니스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게 인도네시아의 현실이다.
윤여필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