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이어 도요타에도 장착…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서 '두각'

전문가 심층진단

영업이익률 13%로 개선 전망
中 교체용 타이어 점유율 1위, 재고 30일 안 넘는 '판매 호황'

가격 경쟁력, 메이저업체 앞서 美·유럽 시장서 딜러들 선호
영국 BBC의 자동차 프로그램인 톱기어(Top Gear)의 사회자 제러미 크락슨은 타이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만5000여개의 부품이 똑 같은 동일기종의 차에 4개의 타이어만 바꾸면 마치 제임스와 리처드(톱기어의 다른 두 사회자)처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차처럼 느껴진다.” 자동차 부품 교체로 주행성능과 안전성에 가장 큰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부품이 타이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문화가 오래될수록 타이어의 안전성과 성능개선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 완성차 기업들의 약진으로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문화가 선진화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타이어를 주목해볼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한국타이어는 1940년대에 설립돼 7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진 한국타이어가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규모, 제품 고도화, 원재료 공급시장 등 산업요인들이 우호적인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이 같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 타이어 시장은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운행 중인 자동차는 10억대 수준이다. 자동차 운행규모는 205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5%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는 2020년까지 CAGR 6.0%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와 대부분 부품의 시장성장성보다 높은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한국, 중국, 헝가리 공장에서 연간 9000만여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연산 1200만개, 600만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공장이 가동률을 높이는 2015년,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5위권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타이어 제품시장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타이어 품질이 승차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완성차 회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 타이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고급 타이어를 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라고 부르는데, 과거 10년간 고사양 타이어 채택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며 쌓아온 품질을 인정받아 BMW와 도요타에도 타이어를 납품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타이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셋째, 천연고무 생산량이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재료 공급이 원활해지고 원가도 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천연 고무나무는 심은 지 7년 뒤부터 천연고무 수액을 수확할 수 있다. 자동차와 타이어 산업은 원재료 공급이 7년에 달하는 장기적인 사이클이다. 수요 증가에 비해 천연고무 공급이 부족한 점은 타이어 산업의 단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2006~2008년 천연고무 생산면적이 빠르게 증가했다. 7년이 지난 2012년부터 천연고무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0년간 천연고무 생산량은 23% 증가했지만, 향후 10년간 46% 늘어날 전망이다. 타이어 산업의 수익성 등락을 야기했던 원재료 공급요인이 완화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2011년 9.1% 수준인 영업이익률이 내년엔 13.0%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타이어가 해외 선진업체인 미쉐린, 굿이어, 브리지스톤과 비교할 때 지닌 장점은 원가구조, 제품 포지션, 중국시장 점유율 등이다. 한국타이어의 원가구조는 선진업체에 비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1997년 건설된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은 연간 2400만개 생산용량을 갖췄다.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의 타이어 공장이다.

해외 선진사업자들은 생산설비를 1970~80년대에 건설해 설비 자체가 노후화됐다는 문제가 있다. 연간 생산 규모도 연간 300만~1000만개가 대부분이다. 한국타이어 공장과 비교해 소규모인 데다 생산효율성도 낮다. 4조 3교대 24시간 운영되는 타이어 공장의 특성상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도 한국타이어의 생산효율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타이어의 제품 포지션 또한 큰 장점이다. 한국타이어는 BMW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선진업체와 비교해 20% 정도 낮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유럽 시장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해 타이어 판매업체(딜러)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3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타이어는 2010년 이후 재고수준이 30일을 넘지 않는 판매호황을 누리고 있다.중국시장 점유율은 한국타이어의 장기적인 미래를 낙관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승용차 교체시장에서 18%의 높은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양한 한국제품이 중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만큼 높은 점유율을 달성한 품목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중국은 2009년부터 본격적인 자동차 보급이 시작됐다. 교체용 타이어 시장은 이제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다. 한국타이어는 3000만개에 달하는 대규모 생산기지, 중국 전역의 물류와 판매망, 브랜드 입지 등에서 중국시장 점유율을 지켜 나갈 핵심 역량을 갖췄다.

아직까지 중국시장은 품질이 낮은 재생타이어와의 경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태다.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와 에너지 효율성 문제로 인해 점차 높은 품질의 타이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건설 중인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의 효율성 높은 최신설비에서 제조한 타이어로 중국시장 1위 브랜드, 세계시장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한국타이어 주가가 최근 1년 사이 40%나 상승한 이유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