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경기 2개 대학 총장과 전 이사장 등 9명 적발

공사수주를 댓가로 금품을 받은 대학 총장과 대학발전기금을 횡령한 대학 전 이사장 등 경기지역 2개 사학비리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5일 경기지역 2~3년제 2개 사립대학의 비리와 관련해 A대학 총장 유모씨(55)와 이 대학 건설본부장 양모씨(47),S건설사 대표 정모씨(48) 등 3명을 배임수ㆍ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B대학 전 재단이사장 최모씨(75ㆍ여) 및 기획조정실장과 재단이사로 근무한 아들 이모씨 형제(47,45) 등 일가족 3명과 관련업자 등 6명을 업무상횡령, 배임수ㆍ증재,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A대학 총장 유씨는 교내 신축공사(579억원 규모) 발주 대가로 S건설사측에 20억원을 요구,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8차례에 걸쳐 대표 정씨로부터 13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학 건설본부장 양모씨(건축학과 교수)는 공사편의 제공 대가로 S사 대표 정씨로부터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72차례에 걸쳐 3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S사를 시공업체로 선정하라는 유씨의 지시를 받고, 실제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3개 업체를 상대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B대학 재단이사장이던 최씨는 2005년 4월부터 2008년 8월까지 교내 은행, 구내식당, 매점 등으로부터 시설사용료 명목 등으로 받은 발전기금 4억1500만원을 교비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법인회계로 무단 편입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의 큰아들 이씨는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전산장비 납품ㆍ유지보수용역을 독점하도록 편의를 봐주고 T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T업체는 이씨의 묵인 아래 2년여 동안 14억원 가량의 이익을 남겼고 업체 대표 백모씨는 특혜시비를 감추기 위해 상호를 변경하거나 타사 명의를 빌려 계약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작은아들 이씨는 재단이사 근무시절인 2005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타인명의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면서 B대학의 스쿨버스 용역계약을 독점했다. 이 과정에서 유류비 등을 부풀려 학교로부터 3억5000만원을 과다 지급받고 전세버스업체 직원 수를 부풀려 급여를 준 것처럼 회계처리해 회사자금 13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B대학 총동창회 사무국장 신모씨(58)씨는 교내 구내식당 4곳, 매점 2곳을 운영하면서 친환경 식자재 구입비로 학교로부터 받은 지원금 2000만원을 횡령하고 수익금을 축소보고해 적자보조금 명목으로 81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B대학 전 총무팀장 서모씨(44)는 지난해 퇴사한 뒤 학교 자산관리 및 구매업무를 대행하는 U사를 차려 놓고 경쟁회사 입찰서류를 조작해 B대학의 구매대행업체로 선정됐다. B대학의 자산관리 업무는 원래 학교 총무과에서 담당했던 업무로 U사에 대행을 맡긴 후 최근까지 매월 용역비로 1700만원을 지급하고, 모든 구매금액의 3%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등 학교예산을 불필요하게 지출해 온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같은 사학비리가 대학의 재정부실과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토록 수사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하는 한편 다른 사립대학에도 유사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수원=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