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외펀드 성적표 신흥국 '낙제점'

작년 선방 인도 -33% 최하위
브라질 -21%·러시아 -28%
위기 진원지 선진국은 '선방'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신흥국가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신흥국가로 꼽히는 인도와 브라질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특히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이동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은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안전자산 선호현상 탓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국 펀드로 -5.74%를 기록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12.87%를 나타냈다.

올초 대지진으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줬던 일본 펀드는 -15.14%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11.26%)보다는 수익률이 저조했지만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21.55%)보다 나은 성과다.

이에 비해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부진했다. 작년 18.33%의 빼어난 수익을 올렸던 인도 펀드는 올해 -33.13%의 수익을 기록, 해외펀드 중 최하위로 처졌다. 작년 24.62%였던 러시아 펀드도 -28.83%로 부진했다. 홍콩H주(-23.12%) 브라질(-22.13%) 브릭스(-21.94%) 대만(-20.75%) 중국본토(-19.44%) 등 다른 이머징 펀드도 모두 저조한 성과를 냈다.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지난 8월 이후 글로벌 투자심리가 패닉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된 것이 오히려 선진국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며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이머징마켓펀드가 유망”

올해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펀드(일명 삼바펀드)가 우려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에 따른 환손실로 국내 투자자들은 애초 기대했던 10%대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손실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맵스브라질멀티마켓(H)A펀드는 지난 3개월간 -7.54%, 연초 이후 -7.29%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산은삼바브라질C1펀드도 3개월간 -5.46%, 연초이후 -1.0%의 손실을 입고 있다.

해외펀드 수익률은 내년엔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으로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난 신흥국가들이 점차 긴축정책을 완화하고 있어서다.

김용희 팀장은 “중국이 지준율 인하에 나섰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그동안 증시를 눌러왔던 부담이 덜어지고 있다”며 “계속해서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선진국과 비교해 신흥국가들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