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전문가와 인격

실력만 갖춰서는 불충분…보이지 않는 인격 필수적

윤용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ysy@leeko.com >
‘실력이 있지만 인격이 형편없는 의사와 실력은 없지만 인격이 훌륭한 의사,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누구를 고르겠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이 있다. 사실 실력과 인격 둘 다 갖추면 좋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전문가에게 왜 훌륭한 인격이 필요할까, 실력이 좋고 문제 해결을 잘 하면 그만이지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몇 년 전, 양심적인 의사 몇 분이 당시의 세태를 걱정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의학적으로나 양심적으로 볼 때 이 환자는 보름 후에 다시 오라고 해서 상태를 간단히 확인하면 충분한데, 오로지 진찰료와 보험수가를 더 받기 위해 매일 병원에 오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라는 작은 문제였다. 많은 의사들이 그런 고민을 한다고 했다. 이것은 단순히 돈 몇 푼의 문제이지만, 이러한 내심의 갈등은 항생제를 사용할지, 어떤 처방을 할지, 수술할지, 자연분만을 유도할지, 제왕절개를 할지와 같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결정에도 관련된다. 양심적이고 훌륭한 전문가라고 하여 사업이 번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30여 년 이상, 한 치과의사에게서 진찰과 치료를 받아 왔다. 그 분은 치료비도 비교적 저렴할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언제나 정직하게 말씀하신다. 평생 치과의사를 하면서 70세가 넘었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조그만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고등학교 친구인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성실과 진심이 눈에 보일 정도다. 그렇지만 병원이 번창하는 것 같지 않고 늘 고만고만하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미묘한 양심의 영역이 있다. 잘 할 수도 없는 일을 잘 한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의뢰인에게 유익한지는 변호사 본인만이 진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수입을 위해서 양심을 속이고 눈가림으로 일해도 다른 사람이 발견하기 어렵다. 남들이 알기 어려운 고도의 전문분야일수록 더욱 남들이 알지 못하는 양심의 영역이 넓다.

법률 분야는 그 특성 때문에도 더 그렇다. 법률에서는 우리 삶의 모든 면을 문자로 적어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요한 부분에 원칙과 논리를 세워놓고, 이 원리와 저 원리 사이의 공간은 양심과 상식의 다리로 건너게 하는 것이다. 법 이론과 이론 사이를 인격으로 메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격이 부족한 변호사가 법률문제를 다루게 되면 심각하게 잘못되기 쉽고, 결과적으로 무형의 큰 손해를 남에게 입힐 수 있다. 그래서 로펌에서는 신입변호사를 채용할 때 자로는 잴 수도 없고, 성적으로 채점할 수도 없는 인격이 중요한 항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변호사들이 로펌에서 공동으로 일할 때에도 언제나 인격이 강조되는 것이다.

윤용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ysy@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