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문제 많은 체크카드 대책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
“탁상행정의 표본인 것 같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세무사가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방안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정부가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안(案)을 들여다보면 효과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는 게 이 세무사의 분석이었다.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연말 소득공제 때 체크카드에 대한 혜택을 내년부터 늘려주기로 했다. 현재 체크카드를 쓰면 연소득의 25%를 넘는 사용액에 대해 25%를 소득공제해 주고 있다. 정부는 이 비율을 30%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언뜻 보면 공제율이 높아져 체크카드 사용이 늘어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으로 묶여 있어 실제 소비자에겐 늘어나는 혜택이 별로 없다.

연소득이 4000만원이고 연간 체크카드 사용액이 2500만원인 근로자를 예를 들어보자. 이 근로자는 연소득 25%(1000만원)를 웃도는 15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올해까지는 25%를 받지만, 내년부터는 30%로 늘어난다. 금액으로 치면 375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이기 때문에 이 근로자는 25%나 30%나 의미가 없다. 만약 이 근로자가 2500만원을 신용카드로 쓰면 어떻게 될까. 1500만원에 대해 20%의 공제율을 적용받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체크카드와 같다.

문제는 전체 소비자 이익이다.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 대해 사실상 아무 혜택도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에 대해선 각종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을 통해 혜택을 준다. 통상 40만원을 쓰면 1만원 정도를 소비자에게 준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앞서 예를 든 근로자의 경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용카드를 쓰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소득공제 상한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크카드를 써서 소득공제를 약간 더 받을지는 몰라도 카드사가 주는 각종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체크카드를 쓰는 게 신용카드를 쓰는 것보다 불리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 때문에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상한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시해 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내용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공무원을 보고 싶다.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