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금·은값 폭락

유럽銀 앞다퉈 달러 확보…국내선 '저가매수' 급증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긴급히 대피하고 있다. 자금난에 처한 유럽 은행들이 달러 확보에 앞다퉈 나서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한 반면 유로화는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마저 달러 강세에 밀려 급락 중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은 구리 원유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상품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주 10여개 유럽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총 51억달러의 1주일 만기 달러 대출을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16억달러)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과 반대로 유로화는 투매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14일 유로화 가치는 1.2944달러로 11개월 만에 1.3달러 선이 무너졌다.투자자들은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서도 자금을 빼내고 있다. 전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73.2달러(4.4%) 급락한 온스당 1589.9달러에 마감했다. 금값은 지난 8월 고점 대비 16% 하락했다. 이날 은값은 7.4%, 구리 가격은 4.7% 추락했다. 은 가격은 지난 4월 사상 최고치의 58% 수준까지 밀렸다. 10월 이후 반등세를 보였던 원유는 경기 불황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소식까지 겹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14일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5.6%, 북해산 브렌트유는 4.4% 각각 떨어졌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 강세와 경기급랭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상품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불안심리 확산에 따라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스콧 매더 수석 애널리스트는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로 유로와 달러의 교환비율이 내년 중 1 대 1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자금이 달러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값도 이날 크게 떨어졌다. 서울 종로귀금속시장에서 금 3.75g(한 돈) 도매가격은 23만3000원(부가세 제외)으로 전날보다 3.3% 내렸다. 1주일 전에 비해선 6.8% 하락했다. 금값이 조정을 받으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귀금속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안모 한국귀금속쓰리엠 대표는 “(오늘) 금값이 급락하면서 매수 물량이 평소의 4배 수준에 달했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이 이번 가격 하락을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 떨어진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경우 연말 귀금속 특수까지 더해져 저가 매수세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정엽 서울금거래소 사장은 “펀드 투자가 재개될 내년 초부터 금값이 다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최근 금 매수세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수/임기훈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