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VS 장동건 '연말 대전'

조승우 "故 최동원 유족도 투구 폼 칭찬"…'퍼펙트 게임'서 선동열과 대결 재연

장동건 '마이 웨이'서 마라토너 역할…"영하 17도서 여름장면 찍었죠"
올겨울 할리우드영화 ‘미션임파서블’의 흥행세에 맞설 한국영화로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과 전쟁 대작 ‘마이 웨이’가 떠올랐다. ‘퍼펙트 게임’은 한국 야구의 전설인 고(故) 최동원 감독과 선동열 감독이 현역 시절인 1987년 5월 가진 15회 말 연장 혈투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마이 웨이’는 일제시대 강제 징집된 한 조선인이 중국과 소련을 거쳐 2차대전이 한창인 프랑스 노르망디로 끌려간 사연을 담았다. ‘퍼펙트 게임’에서 최동원 역을 해낸 조승우와 ‘마이 웨이’의 비운의 조선인 역 장동건을 각각 만났다.

◆퍼펙트 게임, 조승우“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처음에는 고민했어요. 그러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역사에 남을 최고 투수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야구 선수는 중학교 때까지 제 꿈이었죠. ”

조승우는 이 영화 촬영을 끝낸 뒤인 지난 9월, 사회인 야구단 쉘터스에 입단했다. 여기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0승 2패의 성적을 거뒀다고. 이런 노력 덕분인지 고인의 유족들로부터 최동원 투수와 비슷한 폼으로 던진다고 칭찬받았다고 한다.

“촬영 기간 매일 100개 이상 공을 던지며 투구 폼을 익혔어요. 하지만 말투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았어요. 김윤석 형한테 부산 사투리를 배웠어요. 부산 말을 쓰되 너무 거칠게는 안했어요. 모자를 두 번 만지고 스타킹을 두 번 턴 뒤 무표정하게 던졌던 고인의 특징을 익히는 데 힘썼어요.”그는 박희곤 감독이 건네준 ‘최동원 파일’을 읽은 뒤 놀라운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게으른 후배를 혼내다가도 어려운 일에는 몸소 나섰고, 홈런을 맞은 타자에게는 다음날 똑같은 곳으로 던질 만큼 배포도 대단했기 때문.

조승우는 뮤지컬계의 지존이다. 내년 1월까지 예정된 ‘조로’ 공연을 매진시킨 그는 야구 투수가 실제 무대 위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그는 영화 ‘조로’를 얘기하며 관객들이 작품성보다는 오락성을 원하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영웅 이야기는 신파적인 구성으로 흘러 유치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퍼펙트게임’도 비슷해요. 휴머니즘에다 눈물샘을 자극하고 갈등이 있고 해소하는 틀을 향해 갑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많은 것들을 야무지게 넣었습니다. 선동열 감독 역의 양동근은 우리 또래에서 가장 강력한 포스를 내는 배우입니다.”

◆마이 웨이, 장동건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전쟁영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습니다.”오는 20일 개봉하는 전쟁 대작 ‘마이 웨이’에서 장동건은 일제시대 마라토너 준식 역을 해냈다. 준식은 강제 징집돼 중국에서 일본군으로 소련군과 싸우다 잡혀가, 2차대전 중인 유럽에서 다시 소련군과 독일군으로 탈바꿈하는 비운의 조선인으로 평생의 라이벌 타츠오(오다기리 조)와 기막힌 인연을 그려낸다. 영화는 내년 1월14일 일본에서도 개봉한다.

“대사 중 70%가 일본어여서 오다기리 조에게 물어보며 연기했어요. 자살특공대에 끌려가기 전 장교인 그에게 저항해 매맞는 신에서 일본어로 많은 이야기를 했죠. ”

장동건에게는 외국어 연기보다 육체적 괴로움이 더 컸다. “만주에서 펼치는 관동군 전투 신을 새만금에서 촬영할 때는 정말 추웠어요. 기온은 영하 17도인데, 극중에선 겨울이 아니었거든요. 내복 위에 군복만 걸치고 찍었으니까요.”

달리기 장면도 힘들었다고 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신을 위해 라트비아 해변에서 모래밭을 뛰는 모습을 찍을 때는 참 괴롭더군요. 만주에서 전투기에 쫓기는 장면에서도 이틀 반나절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뛰었어요.”그는 현재 할리우드 멜로 영화를 중국자본으로 리메이크해 내년 5월 개봉하는 ‘위험한 관계’를 촬영 중이다. “멜로물에 능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데 끌렸어요. 액션 외에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더군요. 고 장국영이 탐냈던 배역이라서 두렵기도 하지만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