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리 만났지만…수사권 조정 최종협의 결렬

조정안 22일 차관회의 상정
검찰과 경찰의 수사지휘권 다툼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검·경이 국무총리실의 수사권 조정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을 두고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최종 담판을 벌였으나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초 17일까지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해 16일 낮 12시쯤 실무협의가 끝났다”며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을 면담해 경찰의 입장을 전했다”고 이날 설명했다. 일선 경찰들도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극적인 타협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총리실은 17일 관계부처 차관 협의를 앞두고 실무논의는 사실상 마무리했다. 기존의 입법예고안은 22일 차관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검·경, 지루한 ‘감정싸움’ 반복

수사권 조정은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든 검·경 갈등의 최대 이슈다. 경찰에 대한 통제력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과 수사 주체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경찰의 갈등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더구나 총리실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조정안은 이 같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경찰은 사실상 고유 권한이었던 내사를 검찰이 규제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중단시키고 사건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일선 경찰들은 수사경과(전문분야)는 물론 수갑까지 반납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박동주 서울 성북경찰서 형사과장(경찰대 7기)은 지난 6일 항의의 표시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최근 들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퇴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세부안을 두고 전방위로 경찰을 압박하고 있다. 15일에는 ‘검찰 사건사무규칙’을 손질해 경찰의 내사 관행까지 장악하겠다고 나섰다.

경찰이 경찰청 수사국을 확대·개편하는 조직개편안으로 ‘판·검사 조사’ 방침으로 맞불을 놓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조 청장을 금명간 소환할 것처럼 나서면서 경찰 수뇌부를 정조준했다. ◆‘디도스 공격사건’ 검·경 진검승부?

전선은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공격당한 사건 수사로도 확대됐다. 이 사건은 지난 9일 검찰로 송치됐지만 경찰은 “추가송치가 가능하다”며 후속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스스로의 중간수사 결과에 배치되는 ‘갈팡질팡 수사’로 빈축을 사면서 검찰이 경찰을 몰아세우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검찰이 ‘참모진의 단독 범행’이란 경찰의 잠정 결론을 비웃듯 15일 박희태 국회의장실을 사실상 압수수색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경찰의 모양새가 크게 구겨졌다. 조 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릴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지만 이미 ‘부실수사’ ‘은폐수사’ 의혹에 휩싸인 뒤였다.

김선주/이고운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