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 또 불발…KMI·IST 모두 탈락

와이브로 어떻게…방통위 '진퇴양난'

때늦은 활성화 방안에 컨소시엄도 '함량미달'
사업자 선정 '오리무중'
와이브로 방식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미궁에 빠졌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모두 낙제점을 받아 탈락함에 따라 사업자 선정을 계속할지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4사업자 선정 실패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컨소시엄 내부 또는 컨소시엄 간 알력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두 컨소시엄은 출범도 하기 전에 주도권을 다투는 추태를 보였다. KMI는 두 차례 떨어진 뒤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해 전열을 정비하는가 싶었으나 공종렬 대표와 양 고문이 갈등을 빚으면서 갈라섰다.그 후 양씨는 중소기업중앙회 주도의 IST 컨소시엄 대표를 맡았으나 이번에는 2대 주주로 참여한 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현대증권)과 갈등을 빚었다. 현대그룹은 1700억~1800억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공동대표를 요구했으나 양 대표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사업계획서 제출 이후 현대그룹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후발사업자로 출발하면서 이런 추태를 보인다면 싹수가 노랗지 않느냐”며 “공 대표와 양 대표가 모두 물러난 뒤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한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는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도 희박하고, 선정된다 해도 SK텔레콤 KT 같은 선발사업자들과 싸워 이길 가능성이 거의 제로”라고 꼬집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전반에 관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2008년 출범 이후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한 것은 한국 주도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살리고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방통위의 와이브로 살리기는 전신인 정보통신부가 저지른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2,3년 전만 해도 와이브로 전망이 지금처럼 어둡지는 않았다.정통부의 정책 실패란 2005년 와이브로 사업자를 선정할 때 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에 사업권을 줬다는 점이다. 두 사업자는 2006년 6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를 상용화했으나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를 잠식할까 우려해 적극 투자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한국은 와이브로 주도권을 잡고도 전 세계에 확산시킬 기회를 놓쳤다.

와이브로는 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전자, 미국 인텔 등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기술로 일찌감치 4세대 이동통신 기술후보로 꼽혔다. 초반에는 기술표준조차 제정되지 않은 LTE(롱텀에볼루션)보다 한참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KT와 SK텔레콤마저 4세대 기술로 LTE를 채택했고 와이브로는 트래픽 분산용으로 활용할 뿐이다.

방통위는 와이브로를 살리기 위해 전담팀까지 꾸려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고 와이브로를 활용하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와이브로 가입자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KT 73만명, SK텔레콤 5만5000명 등 모두 78만5000여명에 불과하다.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KMI와 IST가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 재무적 능력을 강화해 재도전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기술적 능력에서 두 컨소시엄 모두 형편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게 문제로 꼽힌다. 현재로선 두 컨소시엄이 통합할 가능성도 낮고 제3자가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