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1700개…수용 땐 23조

예산 심의 표류에도 여야 '지역구 챙기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여야 대치로 국회 예산심의는 장기 표류하고 있지만, ‘쪽지예산’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예산심의를 보이콧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개별적으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속 동료 의원들에게 지역구 예산 늘리기를 위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한 예결위원은 “지금까지 여야를 통틀어 모두 약 1700개의 예산 증액 요청이 들어왔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방법으로 요구사항이 이어지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그는 “이들 요청을 모두 들어준다면 약 23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홍영표 민주당 의원(인천 부평을)은 서울지하철 7호선과 인천지하철 2호선을 연결하기 위한 사업 관련 4300억원의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같은 당의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은 충북 청원 오송과 청주를 잇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5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한 예결위원에게 전했다.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은 전북 익산에 국립박물관을 설립하기 위해 2억원 규모의 예산 증액을 요구한 상태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병)은 대구시 첨단교통체계 시스템 구축을 위해 25억원을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한기호 의원(강원 철원 화천 양구 인제)은 국도 56호선 확장을 위한 예산 80억원을 주장했다. 지역구 예산을 위해 여야 의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부산지역의 이종혁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과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부산외곽순환도로 건설과 관련해 힘을 합해 1400억원 증액을 밀어붙이고 있다.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요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인 방법은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해 증액 요구를 한 후 예결위원에게 이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일부 의원은 예결위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증액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킨다. 과거에는 ‘쪽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활용하는 게 대세라고 한다. 도병욱/허란 기자 dodo@hankyung.com

■ 쪽지예산

국회의원들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지역구 예산을 늘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산안 심사장에 있는 예결위원들에게 쪽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쪽지예산’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