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보광과 손잡고 '2차전지 소재' 진출

범 삼성가와 협력 확대…700억 규모 합작사 설립, 내년 3월 구미에 공장

정준양 회장은 연임될 듯
포스코가 16일 이사회를 열어 휘닉스소재와 함께 2차전지소재 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전자소재 전문기업인 휘닉스소재는 범(汎) 삼성가인 보광그룹 계열사다. 포스코와 삼성의 밀월관계가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 관련 기사 보기

◆2차전지소재 사업 합작

포스코는 휘닉스소재와 700억원 규모의 리튬이온 2차전지소재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는 내년 3월 경북 구미의 휘닉스소재 제2공장에 본사를 두고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두 회사 출자비율은 5 대 5로, 이사회도 동수로 구성한다. 휘닉스소재 최인호 대표가 합작사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할 예정이다.두 회사는 리튬이온 2차전지에 쓰이는 소재 개발과 양산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전기자동차나 각종 스마트기기에 사용된다. 포스코와 휘닉스소재는 향후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 에너지·전자 소재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이 작년 탄소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 합작투자로 양극재와 금속계 음극재 생산 능력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휘닉스소재는 전자재료와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ESS)용 2차전지 핵심소재인 고성능 양극재와 금속계 음극재 제조 기술을 독자 개발해 국내외 주요 전지업체에 공급을 추진 중이다.◆포스코-범 삼성 밀월 깊어지나

포스코와 손잡은 보광그룹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일가다. 부친인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1983년 사돈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도움을 받아 설립한 TV브라운관 부품업체 (주)보광이 모기업이다.

홍 관장의 남동생이자 고 홍진기 회장의 2남인 홍석조 회장이 보광훼미리마트를 이끌고 있고 3남 홍석준 회장이 보광창업투자를,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제조·레저·서비스업을 맡고 있다. 장남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보광그룹 계열사 수는 훼미리마트를 비롯해 휘닉스파크 등 43개에 이른다.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3조원 안팎이다.업계에선 포스코와 보광의 합작을 계기로, 포스코와 범 삼성가의 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에너지·소재 사업 확장을 노리는 삼성과 종합소재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포스코는 공통적인 관심을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선 두 회사가 소재나 물류,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거나 회사 인수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이례적으로 깜짝 방문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당시 정 회장은 6시간 이상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함께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6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손잡았던 삼성과 포스코의 경영진 간 교류가 지속되면서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더 긴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연임될 듯

정 회장은 이날 포스코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공식 전달하고 기존 임기 3년 동안의 공적을 담은 보고서도 함께 제출했다. 이사회는 정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연임 의사를 밝힌 정 회장을 대상으로 자격 심사에 들어간다. 이사회 의결이 이뤄지면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게 된다.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정 회장 연임 안건은 이사회를 거쳐 주총을 통해 확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9년 초 포스코 사령탑을 맡은 정 회장은 내년 2월 말 임기가 끝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