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이란 제재법안 최종 통과…이란산 원유·油化제품 수입 축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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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전략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란 제재 법안에서 규정한 석유 수입 금지 등에서 ‘예외’ 또는 ‘면제(waiver)’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 석유 수입량의 9.6%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를 내년 7월 이후 도입하지 못하면 에너지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가격 상승 부담 등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거래선 다변화로 '예외조항' 인정에 총력
미국 의회가 이란 제재 법안인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킨 직후인 16일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는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의회에서 제재 법안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행정부가 어떤 내용으로 이행 조치를 마련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일단 정부로서는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을 통해 밝힌 대응 전략은 ‘미국의 추가 제재에 동참하되 제재 법안의 예외 조항을 적용받아 원유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법의 예외를 적용받으려면 ‘이란산 석유와 석유제품 수입이 미국 정부가 판단할 때 현저히 감소’해야 한다. 정부는 이날 밝힌 추가 조치를 통해 국내 기업에 이란산 석유제품 구매나 석유 개발, 플랜트 개발 참여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정부 관계자는 “문구에 유의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수입 중단 요청’으로 보면 된다”며 “자칫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해외 영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건당 100만달러 이상의 상품 수출까지 제한하도록 했기 때문에 소규모 기자재를 수출해온 기업들도 영향을 받는다. 대형 플랜트 건설업체 등은 이미 이란과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이란산 원유 수입은 제재법이 발효되기 이전인 내년 6월까지는 지장이 없다. 그 이후에는 ‘예외 적용’을 받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것은 원유 수입 여부와 연계돼 있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상당히 줄이면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특수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을 내세워 원유 수입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미국 행정부를 적극 설득하겠다는 것이다.정유업계는 정부의 추가 제재 조치에 원유 수입 금지가 포함되지 않아 안도하면서도 수입 물량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에 이은 4대 원유 수입국”이라며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못하면 수입 대체국가를 찾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선을 찾아 원유 수입 계약을 하더라도 그만큼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란은 하루 평균 4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25만배럴가량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란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버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