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떨어지니" 속터진 개인…기관은 삼성전자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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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WOW NET으로 돈 벌자올해 ‘주식 투자 성적표’를 점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개인들은 상반기 주도주였던 화학주를 계속 믿었고, 주가 낙폭이 컸던 LG그룹주의 반등도 노렸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주가는 올초 대비 크게 떨어진 상태다. 기관과 외국인의 틈바구니 속에서 개인이 수익률을 만회할 길은 없을까. 내년 이익 성장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개인·기관·외국인 올 투자 성적표는
개인, 화학주에 물리고 외국인, 은행주에 '발목'
○개인, OCI·LG그룹주에 물렸다KTB투자증권이 올 들어 투자주체별 순매수·순매도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개인은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화학 업종을 3조3555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업종 수익률은 -9.9%에 머물렀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OCI(1조6835억원)였다.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산업의 성장성이 기대되며 OCI 주가는 올 들어 4월 말까지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업황의 열쇠를 쥔 유럽이 재정위기에 휘말리고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등이 커지면서 13일 현재 연초 대비 31.1% 급락했다. 한 전문가는 “개인은 증시 스타로 떠올랐던 OCI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물린 셈이 됐다”며 “OCI 보유를 늘렸던 자문사들도 손절매에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은 이 외에도 한화케미칼(-16.7%)과 LG화학(-19.8%) 등 화학주를 순매수하며 수익률 게임에서 밀렸다. 개인이 OCI 다음으로 많이 순매수한 현대중공업 역시 주가가 올초 대비 38.2%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조선 업황의 회복이 더뎌지면서다.개인 순매수 금액 10위 안에는 LG화학 외에도 LG전자(-37.8%) LG디스플레이(-40.8%)가 포함돼 있다. LG그룹주는 LG전자의 유상증자 결정 여파 등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올초보다 오른 종목은 셀트리온 하나다.
○기관 승률 높인 종목들은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삼성전자는 올해 신고가를 여러 번 경신했다. 덕분에 올 들어 삼성전자를 2조원 넘게 사들인 기관은 휘파람을 불었다. 기관은 이 외에 NHN(2.7%) SK C&C(43.9%) 엔씨소프트(51.2%) 등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종을 주로 사들였다. IT(정보기술)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데다 해외 게임 수출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좋았다. 기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등으로 올 들어 10.8% 오른 자동차부품 업종도 보유 금액을 늘렸다.
기관은 KB금융(-41.7%)과 LG화학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등을 주로 팔아치웠다.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현대해상(27.4%) 한 종목에 그쳤다.
외국인은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은행주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업종 수익률이 -32.9%에 그쳐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OCI와 SK텔레콤(-13.6%) 현대중공업 등을 순매도하면서 ‘손절매’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저평가주 너무 믿으면 실패”
이번 집계는 물론 투자주체들이 연중 종목을 사고 팔면서 실현한 실제 손익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성적표가 반영하는 개인들의 ‘약점’은 충분히 짚어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개미들은 펀더멘털보다 현재 주가가 저렴한지 여부를 따져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주도주를 이탈한 종목을 뒤늦게 샀다가는 주가가 급락해 매도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개인 순매수 종목은 내년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대우증권은 16일 LG전자에 대해 “런던올림픽 수혜로 TV 수요가 늘어나고 에어컨 판매가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내년 1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 역시 예상보다 빠른 1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OCI의 실적 부진도 내년에는 극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 능력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이익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