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레이더] 코스피, 박스권 장세 예상…유럽 불안 여전

좀처럼 풀리지 않는 유럽 위기감에 19일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미국 경제 지표 호전과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나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장 내내 개인 외에 적극적인 매수 주체가 없어 오름폭은 제한적이었으나 장 후반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상승폭을 확대,1840선을 눈 앞에 두고 장을 마감했다.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엇갈리는 유럽 소식에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유로존 6개국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탈리아 하원은 마리오 몬티 정부 신임안을 압도적인 차이로 통과시켜 30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재정긴축안이 하원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시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등 유럽 문제가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용평가사들의 신용 등급 조정 가능성이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이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의회 경제·통화정책회의에 출석해 유럽 국채 매입과 국제통화기금(IMF)출연에 대한 반대입장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ECB 최대지분을 보유 중인 독일이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는 것은 유럽연합(EU)국가들 간의 재정통합 관련 세부적인 합의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보다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고금리, 저환율의 조합은 위험하다"며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서는 동시에 달러·유로 환율이 1.30을 밑도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행자의 입장에서는 나쁜 조건에서 발행하지만 해외 투자자(비 유로통화지역) 입장에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통화 자산을 매입하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아 재정위기에 처한 나라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주체들이 또 다시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유럽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데에는 당초 기대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은행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핵심자기자본비율을 목표치인 9%까지 맞춰야하기 때문에 매물 출회 속도에는 강약 조절이 있겠지만, 자본확충을 위한 외국인의 매도 기조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정책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점에서 코스피지수가 지지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박스권을 염두에 둔 분할 매매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정보통신(IT)업종, 그리고 중국 소비 진작 정책의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중국 내수 관련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서 연구원도 "1800선에서 매수, 1900선에서 매도라는 단순한 매매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환율을 고려할 때 IT와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심 연구원은 "보수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며 업종별로는 IT, 유틸리티, 통신, 보험 등으로 국한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