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김정일 사망에 1174원 급등…장 한때 1185원

환율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급등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2원(1.40%) 오른 1174.8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이 수준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 10월 7일(종가 1179.9원) 처음이다.이날 환율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이 커지면서 급등했다. 전 거래일보다 1.4원 오른 1160원에 장을 시작한 환율은 잠시 1158.2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으나 이내 반등하며 1160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됐다.

오후에 접어들 즈음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퍼지면서 환율은 순간 1185원까지 급등했다. 장중 한동안 1199원이 고점으로 기록되기도 했으나 딜미스(주문실수)로 밝혀지면서 합의 후 거래가 취소됐다.

그러나 환율 폭등세는 고점 매도를 노린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공급되면서 일단 진정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외환 당국의 매도 개입성 움직임이 있었다고 추정했다.장 후반들어 환율은 패닉을 빠르게 수습하면서 117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다가 장을 끝냈다.

이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반도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추가적인 급등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환시 이후 열리는 런던 외환시장의 상황이 1차적인 잣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진우 NH선물 센터장은 "대외 상황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장·단기 악재까지 겹친 셈"이라며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응을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최근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관련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도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냐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팀장은 "최소한 단기 악재로서 서울 환시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채권 시장은 규모도 크고 지금까지 유지했던 매수 포지션도 많아서 자금이 한번 이탈하기 시작하면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팀장은 특히 "이전까지 채권시장에서 현·선물 모두 매수 포지션을 쌓아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어느 정도 빠져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 역시 "국내 환시의 주된 자금 공급처가 유럽·미국계이기 때문에 서울 장 마감 이후 런던 시장에서의 급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성 조치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수십원씩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3.03포인트(3.43%) 하락한 1776.93에 장을 마쳤으며 외국인 투자자는 2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오후 3시 18분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0달러선을 회복, 1.3011달러에 거래 중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29달러선 후반까지 빠졌다가 서울환시 마감 무렵 1.30달러선으로 복귀했다. 엔·달러 환율은 77.91엔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