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 네그라 닮은 부산이 제 화업의 젖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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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화가' 안혜림 씨 개인전코발트색 바다 위를 유람선과 요트가 힘차게 내달린다. 아이스 링크에선 짙푸른 옷을 입은 소녀가 김연아처럼 날렵하게 얼음을 지친다. 알록달록한 곡마단 텐트에선 스릴 넘치는 공연이 한창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늦깎이 화가’ 안혜림 씨(61)의 그림은 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안씨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다가 미술을 전공한 아들의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1995년부터 6년여간 미국에 머무르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2001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면서 현란한 원색과 거침없는 붓질로 이 땅의 삶과 풍경을 담아왔다.
‘신나는 축제’란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4~5m 대작 ‘아, 대한민국’을 비롯해 ‘그섬에 갔다’ ‘재미나는 갯바위 낚시’ ‘해운대 마린시티’ 등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유쾌하고 신명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그대로 녹여낸 작품들이다.
안씨는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사랑한 섬마을 이슬라 네그라는 화업 내내 제 상상력의 젖줄이었다”며 “부산에서 이슬라 네그라와 비슷한 감성을 느낀다”고 했다.그는 늘 연필과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해운대 청사포 동백섬 광안리로 달려가 풍경과 사람, 정물과 누드를 가리지 않고 스케치한다. 비례나 원근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화려한 색채로 풀어낸다.
“제게 이슬라 네그라는 부산입니다. 그림이 저를 처음 찾아온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처럼 설레지요.”
그는 “부산은 노을빛처럼 살며시 다가온다”며 “그곳 바다와 바닷가는 풍어와 만선(滿船)을 닮은 거대한 캔버스”라고 말했다. 오는 29일까지. (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