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 속 의외로 차분…생필품 사재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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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시민 반응19일 점심시간 무렵인 낮 12께 갑작스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역·광화문·시청 등 도심의 대형 전광판이나 TV 앞은 관련 속보를 시청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 "남북 더 가까워졌으면"…속보 귀 기울여
"이틀동안 눈치도 못챈 정부는 뭐했나" 성토도
하지만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다수 시민들은 큰 동요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도 평소처럼 이어졌으며 대형마트는 사재기 현상없이 대체적으로 차분했다. 서울역 대합실 곳곳에 설치된 TV 앞에는 점심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시50분까지도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로 북적였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회사원 박은선 씨(29·여)는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관계가 잠잠했었는데 다시 격랑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손영선 씨(29·여)도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북측의 도발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 일이 통일로 가는 과정 속에서 겪어야할 진통이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태선 장금상선 회장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무력도발이 나오긴 힘들다”며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회사원 김영혼 씨(58)는 “김정일이란 큰 장애물이 없어졌으니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며 “남북관계가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여의도 증권가도 김 위원장 사망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사원 이동현 씨(31)는 “김정일 사망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됐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며 “우리 증시나 주가는 물론 개성공단이 어떻게 될지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명동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파악한 정부에 대한 불신감도 피력했다.
대학원생 하희진 씨(28·여)는 “장님이 화재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라며 “정부도 ‘김정일이 죽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택시운전사 황재홍 씨(49)도 “정부가 김정일이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파악했다는 점에 더 놀랐다”며 “김정일 건강 악화니 권력 승계니 몇 해 전부터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좀 더 주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은 채 뉴스 속보를 청취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아이패드를 켜고 속보를 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는 이지영 씨(27·여)는 “외신에서는 ‘한반도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보도하던데 한국 정부는 정말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안보 이슈가 터지면 보수정당에 유리하게 흘러가던데 이번 일이 내년 대선과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생활필수품 사재기 현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에서 라면 참치캔 생수 쌀 등 주요 식료품 판매량은 평소와 비슷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다수 시민들이 이번 사태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팀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