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린저밴드 8% 미만때 저항선 돌파하면 6개월 뒤 오를 확률 12%P 높아

문병로 교수의 거꾸로 증시 이론 (9) 볼린저밴드 활용법

일반적인 상단 돌파땐 상승확률 높지 않아
하단 이탈때도 영향 미미
증시에서 상승과 하락을 알려준다는 기술적 지표들이 넘쳐나지만 데이터로 검증해보면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많다. 앞선 칼럼에서 이런 예를 일부 소개했다. 오늘은 잘 가공하면 의미를 갖는 지표인 볼린저밴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형적인 볼린저밴드는 일정 기간의 주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들이 특정 확률로 존재할 범위를 설정한다. 흔히 20일간의 데이터와 95%의 확률을 사용한다. ‘정규분포’에 근거해 주가가 해당 구간에 속할 확률이 95%라는 의미다. 보통 이 구간의 상단과 하단을 저항선으로 간주한다. 주가가 볼린저밴드의 상단이나 하단을 이탈하는 예외적인 현상이 나타나면 이전의 확률적 움직임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탈을 기점으로 상승이나 하락 추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검증해보면 일반적인 형태로는 정보가치가 없다.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의미가 있다. 데이터로 확인해보자.2000년부터 11년간 20일 기준 볼린저밴드 상단 이탈은 9만9000여건 발생했다. 직전 3일간 이탈이 없었던 경우로 제한했다. 종목당 2개월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볼린저밴드를 상단 이탈한 종목이 1주일 후 상승해 있을 확률은 44.4%였다. 3주일 후는 46.8%, 6개월 후는 46.5%였다. 시장 평균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차이가 없다.

하단 이탈 역시 마찬가지다. 하단 이탈은 총 8만여건 발생했다. 1주일 후 하락해 있을 확률은 46.7%로 평균치보다 4.4%포인트 낮다. 3주일 후도 49.0%로 평균치 대비 3.0%포인트 하락 확률이 적다. 오히려 밴드 이탈 과정에서 발생한 주가 하락에 대한 반등의 힘이 더 강하다. 6개월 뒤 하락해 있을 확률은 53.8%로 평균치와 큰 차이 없다.하지만 볼린저밴드 상단과 하단의 폭이 좁으면 의미가 생긴다. 예를 들어 밴드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8% 미만인 경우에 종가가 밴드의 상단을 돌파하면 1주일 후 상승 확률은 49.4%로 평균치 대비 3.1%포인트 높다. 3주일 후(53.6%)는 7%포인트, 6개월 후(57.1%)는 11.9%포인트 높다.

상단 이탈과 달리 하단 이탈은 상단과 하단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발생하더라도 하락 신호로 보기 어렵다. 밴드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8% 미만인 상태에서의 밴드 하단 돌파는 9600여건 발생했다. 1주일, 3주일, 6개월 뒤 하락 확률은 45.8%, 49.2%, 47.3%로 평균치 대비 각각 5.3%포인트, 2.8%포인트, 6.8%포인트 낮다. 오히려 평균치보다 상승 확률이 제법 높다. 정리하면 볼린저밴드의 상단, 하단 이탈은 일반적인 형태로는 상승, 하락의 신호라 볼 수 없다. 밴드의 상단과 하단의 폭이 좁게 유지된 상태에서의 상단 이탈은 상승 신호라 할 수 있고, 하단 이탈은 하락 신호라 할 수 없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