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46년 목재 외길 한솔홈데코, '럭셔리 그린' 입고 세계 공략

Cover Story - 한솔홈데코

드라마 세트장서'러브콜'…고품질·디자인으로 인기, 동남아·중국 넘어 美 수출
모든 과정이'그린'…원료구매·유통도 친환경,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시설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탐나는 집안 분위기가 있다. 럭셔리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시청자들의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 그런 세트들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시공성과 품질이 뛰어난 가구나 자재들이 쓰인다.

친환경 건축자재 전문회사인 한솔홈데코는 2007년부터 마루나 벽, 마감재 등의 제품을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에 세트로 제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 KBS 2TV 수목드라마 ‘영광의 재인’, MBC ‘로열 패밀리’ 등 수십 편의 드라마에 협찬했다. 기업 쪽에서 먼저 제품 협찬을 제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회사는 드라마 제작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를 하거나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OOO 드라마 세트장처럼 해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전주제지 목재관리 부서로 출발

한솔홈데코?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어떤 회사일까. 한솔 홈데코의 역사는 1965년 전주제지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종이 공급이 필수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제지업에 진출, 전주제지를 설립했다.

나무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제지업의 특성상 목재를 관리하는 부서가 필요했고, 당시 산림본부로서 한솔홈데코가 그 역할을 했다. 이후 1991년 전주제지가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산림본부를 별도 법인인 전주임산(주)으로 새 출발시켰다. 한솔홈데코의 전신이다. 이 회사는 1993년 목재가공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1995년엔 단일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연 30만㎥)인 익산공장을 준공하고 폐(廢)목재를 재활용한 보드(MDF) 등을 주로 생산했다. MDF는 주거용·주방용·인테리어용 가구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소재다. 1996년부터는 뉴질랜드 기즈번 지역에 다용도 원목인 라디에타 소나무를 조림했다. 이를 통해 목재 원료의 장기·안정적인 공급 기지를 확보함과 더불어 풍부한 조림 노하우를 쌓기 시작했다. 이어 MDF, 강화마루, 내장재 및 인테리어 자재를 기반으로 제재목 사업과 목분 사업에도 진출했다. 목분은 MDF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톱밥등 나무 가루분으로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제재목 사업은 원목을 사각형 또는 원통형 등으로 다듬는 사업이다.

◆화석연료? ‘그린 공장’으로 간다!

한솔홈데코 익산 공장에서는 화석연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원료 구매에서부터 생산, 유통,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이 환경 친화적인 여건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공장에선 폐목재로 스팀을 만들고 폐열 회수 시스템을 이용, 제품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온수 및 고온의 가스를 회수, 재활용한다.한솔홈데코는 올해 80억원을 투자,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도 도입했다. 이 설비는 종이, 폐목재 등 다른 재활용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연성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고형연료만을 사용, 스팀과 열에너지 등을 생산한다.

익산 공장은 벙커C유 대신 폐목재를 소각해 만든 스팀 에너지로 30억원, 폐열 회수 시스템으로 24억원, 폐플라스틱 재활용시스템으로 16억원을 절감함으로써 연간 7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추가로 절감하고 있다.

◆대만서 ‘고품질의 대명사’ 인식 한솔홈데코는 MDF를 15년째 대만과 중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한솔홈데코의 MDF가 고품질 제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솔홈데코가 처음 대만으로 제품을 수출하던 1990년대 후반은 한류는 물론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며 “이 때문에 불리한 시장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품질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15년 동안 품질 관련 클레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게 이 회사 측 자랑이다.

한솔홈데코는 최근 중동지역(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과 중남미(멕시코)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시장의 경우 그동안은 동남아와 중국 제품 ‘판’이었다. 값싸고 물량이 풍부하게 공급돼서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동남아 국가들이 목질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무분별한 불법 벌채를 금지하고, 중국은 중국대로 인건비가 올라 더 이상 저가 공세가 불가능해졌다.

한솔홈데코는 이런 틈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을 집중 공략, 지난해부터 수출량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현지에서 한솔홈데코 MDF 제품은 내구성은 물론 국산 리기다 소나무를 원료로 고(高)백색도를 내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랍·동남아 시장에서도 ‘교두보’

한솔홈데코는 미주 시장 공략에도 적극이다. 2001년부터는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지역으로 강화마루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한솔이라는 브랜드 역시 익히 알려져 있어 시장 진출에 큰 무리가 없었다. 2005년부터는 러시아 시장에 진입, 2007~2008년 중에는 한때 지역 강화마루 시장의 50% 수준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시장은 동남아 지역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영향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인기다.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100달러(2010년 기준). 때문에 중국산 저가 제품만이 시장에 적합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한솔홈데코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회사들도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산 인테리어 자재를 사용한 한국형 고급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한솔홈데코는 지난 11월 미얀마 최대 규모의 인테리어 자재 유통회사와 거래 계약을 맺는 등 동남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