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대규모 자본 확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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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조5000억…증자·후순위채 검토우리금융지주가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재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계열사 경남·광주銀에 5000억 투입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에 전달했다”며 “이를 통해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향후 민영화 때도 유리할 것”이라고 22일 말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자본 확충 규모가 1조~1조500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은 12.4%(올 9월 말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경쟁사 수준(13~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이 BIS 비율 1%를 올리기 위해서는 2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은 자체 자본 확충 후 계열사인 경남·광주은행에도 총 5000억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두 은행의 자기자본비율도 각각 12.84%와 12.98%로, 경쟁사인 부산은행(15.17%)이나 대구은행(14.09%)보다 낮다.
대표적인 자본 확충 방식은 유상증자다. 다만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예금보험공사법에 따라 예보는 부실 금융회사에만 신규 자금을 넣을 수 있어 우리금융 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 증자를 통해 우리금융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 지분이 희석되는 데다 외형 확대로 인해 민영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예보의 고민이다. 예보도 우리금융의 증자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자절차가 개시되면 예보가 실권하고 일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보 지분 중 일정 물량이 자연스럽게 기관투자가 등에 넘어가는 ‘블록세일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우리금융은 증자 외에 하이브리드채(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대규모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 2002년 상장 당시 3600만주의 보통주를 신규 발행한 이후 처음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제4회 대한금융공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내년 3월쯤 증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와 관련, 이 회장은 “내년 상반기 중 재추진될 수 있도록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적극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