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어 중동 항공사까지 무차별 스카우트…국내 항공사 '조종사 문단속'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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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17명 중국행…대한항공 등 인력난 가중중국에 이어 중동 항공사까지 조종사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항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채용설명회 성황…연봉 2배·고급빌라 '당근'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최대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7~8일 메리어트 서울호텔에서 국내 항공사에 재직 중인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의 기장과 부기장 60여명이 참여했다. 두바이 본사에서 주요 인사담당자들이 방한했을 뿐 아니라 에미레이트항공으로 이직한 한국인 조종사가 직접 경험담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미레이트항공 관계자는 “장소가 좁아 의자가 50석밖에 없었지만 이틀 내내 10여명이 서서 설명회를 들었다”며 “부기장만을 상대로 했지만 기장들도 적지 않게 오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항공사가 국내에서 조종사를 상대로 공식 채용설명회를 연 것은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조종사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A380 등 총 161대의 대형 항공기를 보유한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미 238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비행기 한 대를 도입할 때 약 10명의 조종사가 추가로 필요하다.중국 항공사에 이어 중동 항공사들까지 본격적으로 조종사 스카우트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조종사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항공사들은 인력 수급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중국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최근 몇 년 새 수십명의 국내 조종사가 중국으로 이직했다. 올들어 대한항공 조종사 11명이 에어차이나 등 중국계 항공사로 갔으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6명도 중국계 항공사로 옮겼다. 올 상반기 3일간 국내에서 조종사 채용설명회를 열었던 에어차이나는 내년에도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항공사들의 스카우트 전략은 돈과 복리후생이다. 에어차이나는 기장 초봉으로 국내 대형 항공사의 2배에 이르는 2억원을 지급하며, 에미레이트는 침실 4개짜리 빌라까지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근무 환경과 최근 들어 기장으로 승진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지고 있는 점도 국내 조종사들이 외국 항공사로 옮겨가는 이유다.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에미레이트 항공사로 이직한 국내 조종사는 4명으로 많지 않은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조종사 간 네트워크와 정보공유가 활발하기 때문에 한번 물꼬가 트이면 도미노 이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에만 항공기 9대를 들여온 대한항공은 2018년까지 70여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 역시 내년 A330 등 총 11대를 들여오고 2015년까지 총 16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 항공업계는 신규 항공기 도입과 퇴직 인력 등으로 2014년까지 국내에 약 1600명의 조종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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