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샛별장군 → 우리 김대장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호칭 변화'의 정치학

北, '천출위인' '불세출의 성군영장' 등 찬양 시작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두리(주변)에 단결하며 그이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아가야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사설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의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은 김 위원장에 대해 사용되던 단어가 그대로 승계된 것으로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어린시절 북한 내부에서 ‘샛별장군’ ‘청년대장’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에는 ‘김 대장’으로 지칭됐다. 이 시점에 북한 내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찬양가요 ‘발걸음’은 “척척척 우리 김 대장 발걸음”이라며 김정은을 지칭했다.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 각 기관에 세운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이라는 현판에서도 김정은을 대장으로 지칭하며 ‘백두혈통’의 3대임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김 위원장이 사망하자 그에 대한 호칭은 수직상승했다.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과 함께 북한 매체에서는 ‘탁월한 영도자’ ‘천출위인’ ‘불세출의 선군영장’ ‘걸출한 사상이론가’ 등의 찬양성 호칭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에 대해서만 쓰던 표현이 그대로 대물림된 것이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북한 공관과 무역상들에게 김정은을 ‘청년대장’으로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문건이 시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존경하는 김정은 군사위 부위원장’이나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로 부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애도기간이 끝난 후 쏟아질 것으로 보였던 김정은에 대한 찬양이 이미 시작됐다”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에 대한 애도와 추모 분위기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을 ‘희망의 등대’로, 조선중앙통신은 ‘정신적 지주’라고 지칭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우리 단결의 중심에, 우리 혁명의 진두에 백두산이 낳은 또 한 분의 천출위인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거연히 서 계신다”며 “김정은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신적 기둥이며 희망의 등대”라고 치켜세웠다.

브라이언 마이어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군사 훈련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북한 매체는 그를 ‘명사수’ ‘전술의 달인’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칭이 이미지 조작을 통한 우상화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조수영/장성호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