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보이스피싱 피해금 일부 보상

업계 "도의적 책임 강요" 반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카드론을 지게 된 피해자들을 카드사가 일부 보상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해왔던 카드사들을 금융당국이 압박한 결과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대출금의 일부를 감면해 주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가 조만간 피해구제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보상비율은 카드론의 본인확인 절차가 강화된 지난 8일 이전을 기준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카드사들은 8일부터 카드론 신청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다시 걸어 본인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전화로 대출 확인을 받고도 카드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고객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8일까지 보이스피싱 카드론 피해자는 1999명으로 피해금액은 202억원이다.

카드사들이 입장을 바꿔 보상에 나서게 된 데에는 당국의 압박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보이스피싱에 대해 피해자만 책임을 떠안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같은 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카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카드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지 않고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논리”라며 “자칫 피해구제를 노린 가짜 피해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