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김정은, 이희호·현정은에 깊은 사의"

李여사·玄회장, 평양서 김정일 조문

김정은, 南인사 첫 만남
백화원초대소 제공 '최고 예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6일 평양에서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을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조의를 표명했다. 우리 측 인사가 김정은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이날 이 여사와 현 회장이 오후 6시20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김 위원장을 조문하고 김정은에게 조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이희호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의 명의로 된 화환들이 전시됐다”며 “일행들은 김정일 동지의 영전에 묵상했으며 김정은 동지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에 깊은 사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이 여사는 (조의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영면하셨지만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 하루속히 민족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썼다”며 “현 회장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주신 국방위원장님을 기리기리 우리의 마음 속에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고 전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조문을 마친 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김정은과의 대면 자리에서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조문 시간이 10분이 채 안 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는 나누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애도기간 내내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조문행렬을 직접 맞아 일일이 악수하며 상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남측에서 방북한 민간 조문단 역시 김정은이 직접 맞았다. 북측 수뇌부가 남측에 대해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고, 김 위원장 사후에도 북한이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은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오전 8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으며, 북측 차량으로 갈아탄 뒤 8시53분 평양으로 출발했다. 이 여사는 방북에 앞서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을 통해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김 위원장이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조문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특별한 언급 없이 이 여사 옆에 서 있다가 차에 올라탔다.

북측은 조문단을 극진한 예우를 갖춰 맞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이 여사와 현 회장 등을 영접했다. 숙소는 북한의 최고급 영빈관인 평양 백화원초대소가 제공됐다. 백화원초대소는 2000년과 2007년 제1,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묵었던 곳이다. 조문 방북단은 평양 도착 이후 북측이 주재하는 오찬에 참석했다. 오찬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을 조문할 때까지 약 4시간 동안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문단은 27일 오전 8시께 평양을 출발해 개성을 거쳐 귀환할 예정이다. 이 여사 측은 귀환 도중 개성공단에 들른 뒤 오후 3시쯤 MDL을 통과해 돌아온다. 현 회장 측은 이보다 앞서 낮 12시20분께 귀환할 계획이다. 이 여사 측에선 아들 홍업·홍걸 씨, 큰며느리, 장손, 수행원, 주치의, 경호관 등이 수행했다. 현 회장 측은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 등 현대아산·현대그룹 임직원 4명이 함께 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